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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 모옌의 '개구리'

[2013-12-09, 15:49:27]
[꼭 알아야 할 중국 근현대 문학가 4]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에 대한 최초의 책
 
2012 노벨 문학상 수상자 모옌(莫言)
2012 노벨 문학상 수상자 모옌(莫言)
 
 
현대 중국 작가 모옌(莫言)과 그의 소설 개구리, 2012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귀에 익숙한 이름들이다. 중국 작가 중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 받는 영광을 누린 모옌은 산아제한 정책에 대해서 쓴 최초의 작가이기도 하다. 굉장히 민감한 사항이기도 하고 중국처럼 자국의 정책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반하는 무리에게 철저한 응징이 이루어지는 국가에서는 이러한 책이 출판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개구리’의 배경은 1950년대부터 2009년까지, 즉,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혼란스럽던 시간들을 모두 담고 있다. 또한 50년대와 60년대에는 ‘인력이 국력이다’라며 중국 정부는 출산을 장려하지만 그로 인해 중국 인구가 급 팽창하여 국민들을 책임지지 못할 지경이 되자 돌변하여 2명 이상의 출산을 금지시킨다.
 
책을 펼쳐보면 눈에 띄는 것은 특이한 구성이다. 5부로 나눠져 있는데, 1부부터 4부까지는 주인공인 커더우가 회고록을 스기타니 요시토라는 인물에게 보내는 4편의 편지이다. 5부는 작중의 커더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만든 총 9막으로 이루어진 극본이다.
 
이 책의 배경인 가오미 현 둥베이 향은 작가 본인의 실제 고향일 뿐만 아니라, 이 책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자 ‘커더우’의 고모인 완신은 모옌의 고모가 원형이다. 덕분에 개구리라는 소설 자체가 작가의 실제 회고록처럼 느껴지며 허구와 진실의 경계가 모호하다. 5부의 극본은 커더우가 쓴 극본이자 이 책의 완결을 이야기 한다. 이 소설 속의 소설이라는 구성은 그 경계를 더욱 흐리며 모옌 특유의 몽환기법이 나타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완신은 당시 신식 의술을 배운 몇 안 되는 산부인과 의사였다. 뛰어난 의술과 미모, 또 혁명 열사의 딸이라는 출신 성분으로 사람들에게 존경 받던 그녀였지만 산아제한 정책, “계획생육”을 실행하기 시작한 후부터 마녀 혹은 요괴로 불리게 된다. 완신이 진실로 당에 대한 충성심과 사명감으로 그랬는지, 혹은 타이완에 투항한 비행기 조종사 약혼자 때문에 붙은 배신자의 꼬리표를 떼기 위한 몸부림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잔인하고 비윤리적인 행동도 국가를 위해서라며 서슴지 않고 해낸다.
 
“계획생육은 소소한 비인도적인 행위로 위대한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겁니다.”
 
한때 아이를 받아내기 위해서 사방팔방 뛰어다니던 그녀였지만, 계획생육에 어긋난 임신을 한 산모들을 잡기 위해 폭력과 협박조차 마다하지 않고 잡아내고 설사 해산이 얼마 남지 않은 여자들이라도 낙태를 시킨다. 물론 완신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당시 중국은 경제력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인구가 지나치게 급증했으며 인구감소가 필수적이었다.
 
완신은 계획생육을 명 받은 당원 중 하나였으며 개인의 권리보다 국가의 안녕을 더 중시하여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실행한 것이다. 만약 정부가 법에 따라 엄격하게 사람들을 통제하지 않았다면 기강이 해이해져 산아제한정책은 무용지물이 되었을 것이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계획생육이야 말로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계획생육을 추진하지 않으면 강산은 퇴색할 거고, 조국도 무너질 것이오! 천고의 수려함? 어디 가서 만 년의 봄을 찾는단 말이오?”
 
그렇다고 법을 어기고 아이를 가진 사람들을 비난 할 수 있을까? 애초에 자식을 갖는 것은 부부가 결정 할 일이지 아무리 국가라고 해도 제 3자가 강압적으로 조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결국엔 국가를 위해 희생을 강요 받은 사람들이다. 가해자는 없으나 피해자는 있는 셈이다.
 
완신은 일본군에게 인질로 끌려갔을 때도, 배신한 약혼자 때문에 반역자로 몰려서 인민재판을 받았을 때도 타고난 기개로 모든 시련을 이겨낸 여장부이지만, 그녀에게도 소름 끼치도록 두려워하는 것이 하나 있다. 개구리가 그녀에게 뛰어올랐을 땐 그만 기절을 해버렸을 정도이다.
 
 
왜 개구리 와(蛙)하고 '인형 와(娃)'하고 발음이 같은지 알아요? 왜 엄마 배 속에서 아기가 처음 나왔을 때 우는 소리하고 개구리 울음소리가 비슷한지 알아요? 왜 우리 둥베이 향 점토인형 가운데 많은 수가 개구리 한 마리를 안고 있는지 아냐고요! 왜 인류의 시조를 여와(女娲)라고 할까요? 발음이 같은 걸 보면 인류의 시조가 바로 커다란 암컷 개구리였을 거예요. 인류가 개구리에서 진화했을 거라고요.“
 
“형수님이 좋아하시는 건 점토인형이 아니라 진짜 ‘와와’ (갓난아기)야.”
 
소설 속에선 같은 발음을 가진 개구리와 인형, 그리고 아기가 동일시 된다. 따라서 완신이 개구리를 두려워하는 것도, 후에 자신이 죽인 2800명의 아이들의 점토인형을 만들며 사는 것도 모두 그녀의 죄책감과 속죄를 나타낸다. 그토록 잔인하게 계획생육을 위해 수많은 생명들을 없앤 그녀도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다 결국 온전치 못한 정신을 갖게 된다.
 
개구리는 중국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정책에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짓밟힌 사람들의 희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모옌은 어느 한쪽도 비난하지 않는다. 언뜻 보면 비윤리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비판하는 듯 보여도 화자 커더우를 통해 모든 것은 역사의 일부분이었을 뿐이라고 얘기한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것이 현재의 중국을 있게 만든 것이며, 역사는 결과를 중시할 뿐, 수단은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모두의 공존을 위해 실행되었던 정책과 그로 인해 인권을 유린당한 국민. 어느 쪽이든 섣불리 옳고 그름을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것만이 분명할 뿐이다.
 
▷고등부 학생기자 위정원(상해중학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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