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을 뚫고 지심에 뿌리내린듯한 백두산, 창창한 하늘에 우뚝 솟아 항상 머리를 숙이지 않는 강직함도 있지만 울창한 송림을 키워 안은 자애로움도 간직하고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촬영애호가라면 백두산과 천지를 한 두번쯤은 렌즈에 담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백두산의 모습을 렌즈에 담는 행운을 갖기는 결코 쉽지 않다.
최성춘(70)씨는 1만여미터의 고공에서 백두산의 웅장한 모습을 렌즈에 담는 영광을 지녔다. 11일, 인터뷰에서 최성춘씨는 “기회는 준비한 사람에게 다가옵니다. 그 기회를 잘 활용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지요”라고 말한다.
지난 1월 20일, 남방항공CZ615 항공편(백산시를 경유)으로 북경으로 가는 도중,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창밖을 유심히 살피고 있는데 그림같은 백두산설경이 그의 눈에 포착됐다. 짐 속에 넣은 사진기를 꺼낼 겨를이 없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효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품어왔던 꿈을 실현할 수 있어서 기뻤다. 그러면서 다음 기회에는 꼭 사진기로 백두산을 찍을 것이라는 생각을 다졌다.
5월 8일, 북경으로 갈 기회가 또 생겼다. 그는 지난번과 같은 항공편을 선택하고 공항측과 사정을 얘기한 후 A좌석(창문옆)을 주문했다. 비행기에 오르자 사진기(Nikon-D5100)를 손에 잡았다. 8시 57분, 구름 한 점 없는 청아한 날씨, 따스한 해빛 아래 백두산이 한눈에 안겨왔다.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그는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드디어 27장의 백두산전경이 사진기에 고스란히 담겼다.
사시장철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백두산, 100번 올라갔다가 두번쯤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신비로운 천지, 매번 한장 한장의 사진을 펼쳐보는 순간마다 최성춘 씨의 마음은 만감이 교차하고 뜨거운 희열이 넘쳐난다.
▷정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