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폭로 전문 기자 팡자오밍, 당국 압력으로 사직
중국 기자들이 당ㆍ정 기관이나 국유 기업의 비리와 흑막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잇따라 해직되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30일 진보 성향의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의 자매지 신세기주간(新世紀周刊) 팡자오밍(龐皎明)기자가 최근 당국의 압력으로 사직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팡 기자는 차이신의 총편집장인 후수리(胡舒立)의 지원으로 가명으로 각종 비리를 폭로하는 심층 기사를 써왔으나 결국 당국이 끈질긴 추적 아래 정체가 드러났고, 당국은 매체에 그를 해임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
그는 후난(湖南)성 샤오양(邵陽) 산아제한 당국의 초과 출생 영아 매매, 우한(武漢) 철도국의 저질 석탄 사용 등 각종 비리를 파헤쳐 중앙 선전부의 추적과 감시를 받아왔다.
팡 기자는 중국경제시보(中國經濟時報)에서 2년 재직한 후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에서 3년 일하고 난 다음 차이신에서 3년간 취재를 했으나 모두 정치적인 이유로 해고당했다고 주장했다.
후수리 편집장은 지난 1월 당국의 언론 검열에 항의해 기자들이 파업을 벌인 남방주말(南方周末) 사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중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 언론인이다.
또 허난(河南)성의 한 여기자는 국가발전계획위원회 경제체제개혁사 쿵징위안(孔涇源) 사장의 '성추문'을 폭로한 후 사직을 강요당하고 출국 금지조치 됐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경제관찰보(經濟觀察報) 한위팅(韓雨亭) 기자는 "중국에서 탐사(심층) 취재 기자의 운명은 해고로 끝난다"면서 그 사례로 팡 기자 외에 진실을 보도하다 해고된 남방인물주간의 차오린화(曹林華), 허난의 스위(石玉), 경제관찰보의 원수핑(溫淑萍) 전직 기자 등을 들었다.
칭화(淸華)대학 천창펑(陳昌鳳) 교수는 "중국에서 심층 보도가 점점 자취를 감추는 상황에서 팡 기자의 해직은 비정한 사태"라면서 "이는 사직을 각오해야 진실을 용감하게 말할 수 있는 중국의 현실"이라고 촌평했다.
진보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중국여론감독망의 총편집 리신더(李新德)는 "팡 기자같은 탐사전문기자는 줄곧 중앙 선전부의 압력을 받아왔다" 면서 중국경제시보의 전직 기자 왕커친(王克勤), 산시(山西)청년보의 전직 기자 가오룽친((高榮勤) 등을 해직 기자 명단에 추가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체제가 출범하면서 언론의 자유와 확대가 강화되리라는 기대감도 나왔지만, 오히려 통제가 더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진보 성향의 주간지 남방주말은 정치체제 개혁을 촉구하는 사설을 작성했지만 당국의 검열과 제지 조치에 기자들이 전면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광둥(廣東)성 매체인 신쾌보(新快報)는 지난 10월 공안에 체포된 자사 기자 천융저우(陳永洲)의 석방을 요구하는 사설을 게재했으나, 결국 천 기자 개인의 부패와 언론사의 감독부실 문제로 귀결되면서 당국이 언론계 정비를 위한 일련의 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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