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중국 차이나모바일과의 인수 협상이 성공한 것으로 여겼던 이동통신회사 밀리콤의 이사들은 베이징행 비행기를 타기 불과 몇시간 전부터 차이나모바일이나 중국측 금융기관이 아닌 언론으로부터 협상과 관련된 부정적 소식을 접하게 된다.
결국 밀리콤은 협상 성공 발표를 예상했던 날에 협상 결렬 소식을 내놓아야 했고 이후 밀리콤 주가는 25% 정도 하락했다.
14일 미국 일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지난 3일에 있었던 차이나모바일과 밀리콤의 인수협상 결렬이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중국 기업인들과 미국.유럽 기업가들과의 시각 차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53억달러 규모였던 양자간 협상은 만약 성사됐다면 중국 사상 최대규모의 해외기업 인수 사례가 될 수 있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럽지역 분석가들은 차이나모바일이 조금이라도 미리 밀리콤측에 조짐을 보였다면 주식시장에서의 충격만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불평했다.
한 유럽지역 투자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상당수의 잠재적 피인수 대상이 될 수 있는 유럽 기업들 사이에서 이미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반영이라도 하듯 중국기업들이 서구 유명브랜드 인수합병에 혈안이 돼있지만 실제 성사되는 거래는 드문 상황이다.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중국기업의 해외기업 인수는 지난 2004년 72억달러에서 작년에는 49억달러로 떨어졌다. 이는 벨기에 기업들이 작년에 인수한 해외기업의 가치가 86억5천만달러에 달한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경제규모로선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일부 M&A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차이나모바일과 밀리콤의 사례가 예외적 상황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관습으로 굳어질 것이라는 말도 나돌고 있다.
M&A 자문 담당자들은 "중국 기업들은 협상 날짜를 정하는 것을 자신들이 양보라도 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불평도 내놓았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마지막 순간에 발을 뺀 차이나모바일의 행동이 비용을 줄이려는 현명한 것이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법무법인 존스 데이의 중국담당 책임자 잭 황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나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을 만나러 갔을 때 언제 그들이 마오 주석을 만날지 알지 못했다"며 중국인들이 오랫동안 그런 '게임'을 해왔다고 말했다.
JP모건 투자은행의 량멍 중국담당 공동책임자나 중국 지린(吉林)대학의 제이 베리 교수는 중국 기업가들이 신속한 판단을 내리기 힘든 다른 배경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인으로서는 전혀 새로운 시장에 발을 디디기 때문이거나 정치적, 재정적 문제 같은 내부적 요인들 때문에 빠른 행보를 하기 어렵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도 전세계 기업들과 '거래'를 하려면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지켜져 오던 관습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존스 데이의 잭 황 중국담당 책임자는 "중국인들도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때는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