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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양로원에서의 하루

[2014-01-16, 13:46:25] 상하이저널

지난 12월에 한·중 교류서클활동을 하고 있는 작은아이를 따라 양로원을 갈 기회를 가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다. 들어가는 입구의 쇠문에서 조금은 냉랭한 기운이 느껴지긴 했지만 때마침 점심식사시간이어서 아이들은 바로 식당으로 들어가 할머니들 식판을 테이블로 갖다 나르기 시작했다. 많이 서툴러 보이긴 해도 아이들은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그 모습들이 대견해 보였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을 위해선 식판을 방으로 배달하는 룸 서비스까지. 애들은 힘들기는커녕, 갈수록 얼굴 표정들이 하나같이 더더욱 밝아지고들 있었다. 98세의 한 할머니는 건장한 중고등학생 남자아이들을 보고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들생각이 난다면서, 아들이 올 때가 됐는데, 안 오고 있다고, 보고 싶다고…. 식판을 들고 갔던 아이들은 어찌해야 될지 몰라서 어떤 말로도 위로 한 마디 하지 못하고 할머니의 얼굴만 빤히 들여다 볼 뿐이었다.
 
“아들 저번 주에 왔다 갔잖아요. 좀 있으면 또 올 거에요!”
 
양로원에서 일하시는 분이 고함을 질렀다. 98세 할머니의 귀에 똑똑히 들리게 하기 위함인지, 멀리 떨어져 있는 할머니의 아들 귀에 들리게 함이 위해서인지….

105세가 된 할머니도 있었다. 한 아이의 입에서 감탄의 말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20세기 초에 태어나신 분이니깐 세계 제1차, 2차 대전의 역사의 현장을 다 겪은 분을 직접 눈으로 보다니…. 와우!”

물론 그 분이 1, 2차 전쟁의 도가니 속에 들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아이들은 단지 1세기를 훅 지난 숫자가 주는 위력에 감동받았다. 한 아이가 뱉어낸 한마디 감탄사가 주위에 있던 여러 아이들의 마음을 휘저어 놓았다.

전직 음악교사였을 법한 한 할머니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는 빈 공간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찬송가 책 한 권씩을 나눠주고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같이 중국말로 불러보자고 했다. 중국어로 불러보는 색다름에 아이들은 즐거워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 할머니의 열정에, 외로움에, 아이들이 별다른 불평한마디 하지 않고 따라 불러주는 모습이 너무 예뻐보였다. 아름다운 모습들이었다.
 
그 할머니는 아직도 뭔가에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즐거워했고, 우리 아이들은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사랑을 보여주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도 정말 마음이 맑아졌다. 마냥 철없어 보이기만 하던, 우리 아이들이 자신들을 낮추고서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영상으로 내 머리에 새겨졌다.
돌아오는 길에 우린 얘기했다.

“98세 할머니가 그토록 기다리시고 보고 싶어 하는 아들은 지금 몇 살이실까?”
“어림잡아 75세는 되겠지. 그 아들도 이미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는 또 다리가 얼마나 불편하실까. 나이 드신 노모를 자주 뵈러 오기가 쉽지 않겠는걸.”

기다리는 할머니도, 자주 찾아가 뵙지 못하는 아들, 할아버지도 모두 다 안타까웠다.

나도 20세기, 21세기를 살고 있다. 후에 태어날 자손들이 날 역사의 증인으로 신기해 하겠지. 난 저 나이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아니,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하지, 갑자기 내 삶이 텅 빈 껍데기만 되지 않을까. 조금은 답답해졌다. 지금부터라도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귤, 초코파이, 수면양말을 할머니들 손에 건네주면서 우리 아이들은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자그마한 정성에 고마워하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은 이날 분명 커지고,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반세기에 접어든 나로서는, 남은 내 삶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가져다 주었다. 양로원 마당에서 받은 햇살은, 하루는, 아이들과 나의 머릿속 영상의 한 장면이 되었다.

▷아침햇살(sha_bea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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