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의 중국을 답하다]
비호감을 호감으로, 음지를 양지로 바꾸는 중국 마케팅
요즘 다소곳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엘리베이터에서도, 길을 걷다가도, 심지어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도 짬만 나면 고개를 숙이고 자아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처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의 모바일 인터넷족이 4억 6천만명에 이르니, 모바일 기기가 쇼핑판도를 바꾸고, 길거리음식에 불과하던 지엔빙(煎餠)파는 가게를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스타식당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한다.
중국인 14억 명이 모두 먹어봤다고 장담할 수 있는 음식 지엔빙이 황타이지(黃太吉)라는 라는 식당에서는 길거리보다 3,4배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신랑웨이보의 팔로워만 2만 5천명에 이르고 황타이지의 투자가치가 4천만 위안으로 추정되는 등 개업이래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설마 성공의 비결이 지엔빙을 중국식 햄버거와 피자라고 우기는 것과 매장 한켠에 큼지막하게 쓴 ‘모든 햄버거와 피자는 종이호랑이다!’라는 자극적 문구가 설득력을 발휘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황타이지는 웨이보, 따중덴핑 등 SNS와 웨이신, 머머 등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총동원해 메뉴, 판촉정보를 올리며 식객들과 소통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팀이 필요하던 마케팅이 인터넷을 등에 업고 소수정예인원만으로 중국을 떠들썩하게 만들 이슈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푸동발전은행에서는 올 초 고객 마일리지 행사로 우수고객들에게 유기농 채소 상품권을 주고 있다. 고급 채소가 귀한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새롭다. 중국에서는 작년부터 유기농, 건강을 내세운 신선식품 전자상거래가 매우 활발하다.
유명 온라인 쇼핑몰 톈마오(天貓), 이하오뎬(一号店), 아마존, 징둥(京东), 중량워마이왕(中糧我买网) 등은 신선식품 전문코너를 따로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유명 택배업체 순펑(順風)도 신선식품 전문 쇼핑몰인 순펑요우쉔(順丰优选)를 열어 신선식품을 취급한다. 일부 소비자들은 교외지역에 땅을 빌려 자체적으로 채소를 재배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글로벌 PC기업인 레노버는 쟈워(佳沃)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블루베리, 키위 등을 직접 재배해 유통한다. 비농업기업들이 농산물 시장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60년대와 70년대를 풍미했던 통기타 가요 세시봉 문화가 주목을 받고 ‘세시봉’이라는 영화까지 만들어질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30,40대도 추억을 곱씹기 시작했다. 앞만 보고 달리기에도 바쁠 나이에 추억을 곱씹는다는게 의외이기도 하다. 중국의 30,40대가 지나간 청춘에 대한 여러 추억을 공유하고 되새기는 것을 즐기면서 이를 활용한 마케팅이 효과를 보고 있다.
지오다노는 중국의 1990년대 중국인민교육출판사가 발간한 영어책에 등장하는 두 인물 리리와 한메이메이(LiLei & HanMeimei)를 주제로 2,000장의 한정판 티셔츠를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상하이에는 1970년대를 테마로 한 치링허우판바(70後饭吧)라는 식당이 있다. 이곳 역시 추억을 팔아 대박이 났다. 항상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문전성시이고 분점을 상하이외 지역으로 넓혀가고 있다.
경기가 불황일때는 금색이 유행한다고 한다. 노란색 계열이 따뜻함, 활력, 희망을 상징하기 때문에 힘들수록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금색을 더 찾게 되는가 보다. 중국에도 금색이 유행이다. 아이폰은 금색컬러의 휴대폰을 출시한 이후 투하오진(土豪金)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투하오란 지방호족을 뜻하는 말로 신중국 건설전 농민을 착취하는 지주와 지방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부정적 의미지만, 우여곡절을 거쳐 아이폰이 야심차게 출시한 황금컬러 모델 의 별명이 되었다.
음지가 양지되고, 비호감이 호감으로 바뀌는 인생역전은 우리가 아는 몇몇 연예인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웬만해서는 고착화된 빈부와 계층의 유리벽을 뚫을 수 없다는 패배론이 팽배한 요즘, 인터넷, SNS와 같은 기술발전이 새로운 성공과 스타기업을 탄생시키는 것을 목도하게 되어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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