虹泉路에 열광하는 중국인에게 물었다(설문조사)
상하이 코리아타운인 홍췐루(虹泉路)에 중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들에게 ‘한궈지에(韩国街)’로 불리는 홍췐루는 이제 음식점 앞 수미터씩 줄서는 풍경이 익숙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특정 음식점 몇 곳을 찾던 중국인 고객들은 최근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주말에는 유명 관광지를 방불케 한다. 특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온 치맥 열풍은 대단하다. 풍도국제 B 치킨점은 대기번호를 받아 3시간만에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을 정도인가 하면, 즈텅루 K 치킨점은 중국 진출 후 최고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이처럼 홍췐루 상가들은 오픈 후 최대 호기를 맞았다. 그러나 홍췐루가 붐비는 만큼 교민들의 불편도 커졌다. 교통체증은 물론 인근 한국음식점을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교민들은 궁금하다. ‘중국 젊은 층들이 홍췐루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홍췐루에 어떤 평가를 내릴까’, ‘이 열기가 계속 이어질까’.
또한 홍췐루 열기가 드라마나 한류로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인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 홍췐루가 한국음식과 문화 전도사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기 위한 방안 모색도 요구된다. 본지에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가 중국인들의 이해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홍췐루를 알게 된 계기, 열광하는 이유, 홍췐루에 대한 평가, 바라는 점 등에 대해 살펴보자.
상하이저널은 지난 15일(토)~16일(일) 주말 홍췐루를 찾은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0대부터 50대까지 92명(남 24명, 여 68명)의 중국인들을 홍췐루 거리에서 만나 의견을 조사했다.
‘처음 왔다’ 46.7%
첫 방문자 절반 ‘一般’, 10명 중 1명 ‘不好, 很不好’
중국인들이 홍췐루를 찾는 첫번째 이유는 ‘한국음식, 문화 등에 관심이 많아서(43.64%)’로 나타났다. ‘한국 연예인을 좋아해서(20.00%)’보다 2배 이상이 한국음식과 문화에 대한 관심을 꼽았다. 그리고 친구권유로 주말 나들이 삼아(12.73%), 방송, 인터넷 등에 나온 것을 경험해보고 싶어서(9.09%)가 뒤를 이었다.
또, 조사자 중 46.74%가 홍췐루를 처음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5회 이상 방문자는 28.26%, 2회 17.39%, 3~4회 방문이 7.61%로 나타났다. 첫 방문자들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것은 홍췐루가 중국인들에게 이제 알려지기 시작하는 단계로 앞으로 더욱 많은 중국인들의 방문을 예상할 수 있는 긍정적인 해석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수개월 전부터 중국인들의 방문이 지속됐지만 첫번째 방문이 두세번으로 이어지지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5회 이상 방문자 중 다수가 ‘한국 연예인을 좋아해서’ 이곳을 찾는다는 의견을 보인 반면, 첫 방문자들은 주로 ‘한국음식, 문화 등에 관심이 많아서’를 방문 이유로 꼽았다. 홍췐루를 찾는 수많은 중국인들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첫 방문자들이 한국음식과 문화를 즐기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재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홍췐루를 다녀간 중국인들의 평가는 어떨까. 대부분이 ‘매우 좋다(39.13%)’와 ‘보통(34.78%)’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나쁘다(3.26%)’, ‘매우 나쁘다(2.18%)’는 의견은 소수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 연예인에 대한 호감으로 5회 이상 방문한 4명 중 3명은 ‘매우 좋다’, ‘좋다’ 등 긍정적인 의견(73.07%)을 보인 반면, 부정적인 의견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홍췐루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의 평가는 달랐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보통(51.16%)’에 답했고, 9.30%가 ‘나쁘다’, ‘매우 나쁘다’ 등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즉, 홍췐루를 처음 온 중국인 2명 중 1명은 ‘그저 그렇다’는 평가를, 10명 중 1명은 홍췐루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홍췐루를 찾는 중국인들의 열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방문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또 ‘한국음식과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43.64%)’ 홍췐루를 처음 방문하는 중국인들의 비중이 높다(46.74%)는 점을 감안, 음식점의 맛과 위생은 물론 한국적인 서비스와 음식문화를 지켜나가는 것 또한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홍췐루 홍보, 휴대폰이 한 몫
‘친구 소개로 알게 됐다’ 45.87%
중국인들이 홍췐루를 알게 된 계기는 친구소개(45.87%)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2위 SNS(14.68%), 인터넷 맛집 소개(11.93%), 한국드라마(11.01%)를 합한 수치보다도 높았다. 의외로 중국 TV 프로그램 소개로 홍췐루를 알게 됐다는 답변은 0.92%에 불과했다. ‘친구소개’라는 답변이 월등히 높은 것은 모바일의 힘이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부터 이곳을 찾았던 중국인들이 휴대폰 사진 등으로 지인들에게 전달하면서 급속도로 홍보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차이나데일리(China Daily)는 ‘모바일 기술이 한류에 한 몫’이라는 제목으로 휴대폰의 대중화가 한류현상을 더 촉진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디지털 광고회사 hdt미디어 마이클 탕(Tang) 회장의 말을 인용해 “중국사람들이 한국으로 여행을 가서 그 곳에서 유행하는 것들을 가까이서 보고 구매도 많이 하면서 그런 것들을 웨이보(Weibo)나 위쳇(Wechat)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경향이 크다. 이런 성향이 이전과는 다르게 훨씬 빠른 속도로 유행이 확산되는 것 돕는다”고 전했다.
“연예인보다 한국문화에 더 관심”
30대 “한국여행 경험” 55%
홍췐루를 찾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한국 연예인을 좋아해서(20.00%)’보다 2배 이상의 응답자가 ‘한국음식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43.64%)’라고 답했다. 친구권유로 주말 나들이 삼아(12.73%), 방송, 인터넷 등에 나온 것을 경험해보고 싶어서(9.09%)가 뒤를 이었다.
또 홍췐루를 찾는 중국인 3명 중 1명은 ‘한국여행을 한 적이 있다(30.44%)’고 답해 한국여행의 경험과 호감이 이곳을 찾는 이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30대는 절반이 넘는 55.00%가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은 많고 홍췐루는 좁다”
‘줄 서는 시간 줄였으면’ 27.42%
당장 교민들이 느끼는 불편도 상당한데, 홍췐루를 찾은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개선사항은 무엇일까. 가장 첫번째가 ‘줄서는 시간을 줄였으면’으로 27.42%를 차지했다. 다음은 ‘사람에 비해 홍췐루 규모가 적다. 확장했으면”이라는 의견이 20.97%를 보였으며, 17.74%가 ‘상점과 상품 수를 늘렸으면’, 12.9%는 ‘주차장이 적다’는 불만을 나타냈다. 이처럼 개선점으로 제시한 요구는 다양하지만 결국 찾는 사람이 많은 것에 비해 홍췐루 상가 규모와 상점이 적어, 오랫동안 기다리는 불편을 해결했으면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외 식품품질 문제없어야, 보행자 전용거리 됐으면 하는 의견도 나왔다.
‘다시 오고 싶다’ 91.91%
男 5명 중 1명 ‘다시 올 생각 없다’
이러한 불편에도 불구하고 10명중 9명은 ‘홍췐루를 다시 방문할 생각이 있다(91.31%)’고 밝혔다. 주목할만한 것은 여성의 95.59%는 재방문 의사를 밝혔으나, 남성은 71.17%가 재방문 의사를 보였을 뿐, 5명 중 1명은 ‘다시 올 생각이 없다(20.83%)’는 의견을 보였다. 또 40대 이상은 100%, 20대는 94%가 다시 오겠다고 밝힌 반면, 10대와 30대는 각각 85%, 86% 정도가 재방문 의사를 나타냈다.
“홍췐루가 미쳤다” 부정적인 의견도
맛 별로, 양 적고, 가격은 비싸
홍췐루를 찾은 10명 중 1명이 재방문 의사를 밝힐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인과 함께 한국식 치킨을 먹기 위해 간 적이 있는데 정말 제 입맛과 안맞았어요. KFC보다 별로였어요”라는 공무원 따이(戴) 씨는 “한국 TV드라마는 그냥 현실성 없는 캐릭터들이 여자들의 상상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유명한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한류 현상의 확장으로 젊은 세대가 중국 문화를 등한시하는 것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
또 웨이보의 ‘eronia的漫梦格调’는 “홍췐루가 미쳤다. 비오는 날에도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맛도 보통이고 양도 적고 가격은 비싸다”라며 “한국드라마의 힘 정말 대단하다”는 글을 올렸다.
교민소비자, 홍췐루 시장서 소외
한국상회, 폭발적인 반응 예상못해
홍췐루 거리로 밀려드는 중국인들의 열기를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이 분위기가 지속되기를 바라면서도 현재로서는 그들이 겪는 불편에 대한 뾰족한 해소방안은 제시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에 일부 교민 중에는 지난해 중국 현지 언론에 홍췐루를 홍보하기 위해 적극 나섰던 상해한국상회는 이후 대응에는 전혀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홍췐루 치안담당 공안관계자는 “중국 고객들이 늘어난 만큼 규정에 맞는 소방 위생 등에 철저히 신경 써 사고예방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안전문제를 우려한다.
중국인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홍췐루 시장에서 교민소비자들은 소외되고 있다. 시장논리에 가려, 상가 임대료 인상과 한국 본연의 맛과 문화에 멀어질 가능성도 염려된다. 교민상권 활성화에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형편이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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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때 더 잘 해서 중국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줘야 하는데.....
홍췐루 가게 하시는 분들이 소탐대실 하지 않고
화이팅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