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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경제관계의 현주소

[2014-02-27, 10:15:01] 상하이저널
[김명신의 중국에 답하다] 중일 경제관계의 현주소
요즘 중국인들은 일본을 두고 입버릇처럼 샤오르번(小日本)이라고 부른다. 일본에 대한 정서적 앙금이 누그러지기는커녕 켜켜이 쌓여가는 모습이다. 양국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양국의 경제는 물론이고, 이제는 세계경제까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조용한 대공황’이라고 불릴 만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피로감이 극에 달한 세계 각국으로서는 양국간의 관계 악화를 어느 때보다도 우려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국의 对일본 수입 2년 연속 감소

중국 해관통계 수치를 기준으로 볼 때, 댜오위다오(조어도 釣魚島) 국유화로 반일 시위가 극에 달했던 2012년 중국의 대일본 수입은 2011년에 비해 8.6%가 줄었다. 2013년에는 2012년보다 10.5%나 줄어드는 등 엔저로 무장한 일본제품이 주요 시장마다 가격경쟁력을 내세우며 비상을 거는 동안 중국시장에서는 끝이 없는 하향 포물선을 그려냈다.
 
중국의 10대 수입대상국 중에서 2012년부터 연속 2년간 수입이 줄어든 국가는 일본밖에 없다. 정서적 반감이 가격에 더없이 이성적이고 싶은 소비자의 마음까지 등을 돌리게 한 것이다. 엔저로 인해 중국이 일본제품 수입이 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중국에서 팔리는 일본 브랜드 소비재 중에서는 일본이 아닌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기업 ‘중국+1’전략, 동남아 투자증가

일본의 대중국 수출 감소는 댜오위다오 사태때문만은 아니고, 일본정부의 정책변화와 일본의 대중국 투자둔화와도 관련이 깊다. 일본정부는 일본기업이 중국으로만 투자가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국기업이 제3국에도 투자하도록 하는 ‘중국+1’전략을 추진하면서 일본기업의 동남아 투자가 늘고 있다. 기업입장에서도 한 지역으로 투자가 집중될 경우 현지 경영환경 변화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투자전략이 대세이긴 하다.

2013년 상반기 상반기 일본의 대중국 투자는 2012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1% 감소했지만 아세안국가로의 투자는 55.4%나 늘었다. 일본기업의 대아세안 투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현지의 저임 노동력을 활용하고 생산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할 때 중-아세안 FTA협정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어 원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 소비자들, 일본제품에 비호의적

내가 사는 상하이는 일본기업도 많고 일본인이 많이 사는 곳이다. 우리가 중국 내수시장에 눈을 떠가던 2000년대 초 일본기업은 이미 상하이의 신흥개발지역인 푸둥 와이까오차오보세구지역에 무역회사 형태로 둥지를 틀고, 중국과 왕성한 거래를 이어갔다. 그 영향으로 상하이 곳곳에는 일본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일식점과 노바다야끼가 흔하디 흔하고, 우리에게는 일식이 고급으로 자리잡았지만 상하이에는 저가 일식당이 거리 곳곳에 포진할 정도로 문화침투력이 강했다. 일본 상점이 상하이 거리 곳곳에 여전히 많이 포진해 있지만, 일본 제품과 일본 서비스를 대하는 소비자의 시선과 반응은 전처럼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일본 자동차, 양국관계 악화로 흔들려

활력 넘치던 양국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던 2012년 말 ‘일경상무주간(日经商务周刊)’이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0%가 일본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답했다. 당시 일경상무주간(日经商务周刊)은 이런 반감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일감정이 전국을 뒤흔들 당시, 일본기업 많기로 유명한 산둥성(山东省) 칭다오(靑島)와 난징대학살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장쑤성(江苏省) 난징(南京), 랴오닝성(辽宁省) 선양(沈阳)은 반일감정이 극심했다. 여기에 비해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 대도시의 반일정서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썰렁하던 상하이의 일식당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손님들로 다시 채워지고, 댜오위다오 사태로 간판까지 가려야 했던 유니클로도 SPA브랜드의 맹주답게 손님들로 매장이 북적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어디 브랜드인지 버젓이 노출하고 다녀야하는 일본 자동차의 경우 중국에서 오랫동안 닦아온 영업기반이 양국 관계 악화로 적지 않게 흔들렸다. 일본 브랜드를 단 자동차에 ‘댜오위다오는 중국땅! 중국을 사랑합니다’라는 스티커가 붙은 것을 보고, 일본차를 타면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붙여놓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본차 빈자리, 한국차·독일차 차지

중국 화남지역은 중국 자동차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광둥성(广东省) 광저우(广州)에서 팔리는 차량 다섯 대 중에 한 대는 도요타일만큼 남부지역 사람들의 일본 자동차 사랑은 컸다. 하지만, 이제는 독일차, 미국차, 한국차가 서먹해진 중일관계를 비집고 들어오면서 남부지역에서 일본차량의 주도적 지위는 사라졌다. 일본기업으로서는 오랫동안 공들여 쌓아온 자동차시장에서의 탄탄한 입지가 중일관계 악화로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차의 시장점유율은 2013년 1월에서 10월까지 17.4%로 2012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퍼센트포인트나 줄었다. 반면, 독일차는 1.6퍼센트포인트가 늘고 한국차는 0.2퍼센트포인트가 늘어 일본차의 줄어든 파이를 독일차와 한국차가 나눠가진 셈이 되었다.

일본식품에 인식변화, 한국식품 반사이익

일본 식품업계는 댜오위다오 사태보다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중국에서의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발생한 직후, 중국 대형매장 수입식품 코너에서 일본식제품이 자취없이 사라지고, 중국에서 생산된 일본 제품이 그 자리를 메웠다. 당시에는 일본식품이 자리잡는 매대에 ‘국산 일본식품’이라는 푯말까지 나붙었을 정도다.
 
일본식품이긴 하나 일본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생산된 것이니 안심하라는 것이다. 중국의 대형서점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중국인들의 보신, 보양에 대한 관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늘 사람들로 붐비는 중국 대형서점 1층에 자리잡은 책 중에 가장 많은 것은 요리, 보신, 보양에 대한 것들이다. 이들이 얼마나 건강을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일본 원전사고가 나고 한참 시간이 흐르자 다시 일본 수입제품이 유통매장에 등장하긴 했지만, 일본식품을 수입식품 대표격으로 바라보던 소비자들의 인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 중국 식품시장에서 일본식품의 입지가 절대강자에서 다른 수입식품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제자리를 찾아가야 하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한편, 중국 현지에서 한국 식품은 반사이익을 봐 한국 유제품, 과자류, 기타 가공식품에 대한 수요가 뚜렷하게 늘어났다.
 
中-日 조용한 대공황 깊어질 수도

국가간의 경제관계가 훈훈해지면 외교관계 역시 밀월로 방향을 틀기도 한다. 하지만, 국가관계에 한번 어긋나면 붙이 붙었던 경제관계에 금이 가는 것은 마치 얼음장 갈라지듯 순식간이다. 한중일 3국은 역내교역 비중이 20% 남짓으로 높지는 않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보장하기 어려워졌다. 중국과 일본의 교역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3국간 FTA가 논의되고, 동북아 경제의 국제적 위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동북아 국가에게 필요한 것은 경쟁보다는 협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일 양국관계 냉각이 단기간에 풀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용한 대공황은 이런 문제로 더 길어지고 깊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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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 상하이무역관 조사총괄 차장이며, KOTRA 중국직무전문가를 역임했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외대 중국학(중국경제) 석사를 거쳐 중국 런민(人民)대학에서 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중사회과학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KBS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성기영의 경제투데이 등 다수의 언론매체에서 중국경제를 해설하고 조선일보사 TOP CLASS의 '중국의 떠오르는 CEO'편 필진으로 활동했다. 중국 거시경제, 지역경제, 기업관리, 마케팅에 조예가 깊으며 저서로는 <중국경제, 다시 읽어라(더난출판)><중국 CEO, 세계를 경영하다(서돌)><중국 비즈니스 로드맵(KOTRA 刊)>, <중국 성시별 비즈니스 기회와 진출전략(KOTRA 刊)> 등 9종이 있다.
claire@kotra.or.kr    [김명신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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