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홍콩이 아닌 뉴욕 증시에 상장을 결심하게 된 배경으로 '차등의결권'이 지목되고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 수단 가운데 하나지만 국내에선 활용이 전무한 제도여서 관심이 쏠린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뉴욕상장을 택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2012년 페이스북의 160억 달러에 버금가는 150억 달러(약 16조원)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알리바바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할 경우 시가총액이 1200억~2000억 달러에 달하며 애플과 구글을 잇는 거대 정보통신(IT) 공룡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당초 홍콩 증시 상장을 타진하던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로 눈을 돌린 것은 차등의결권 인정 여부 때문이다. 복수의결권이라고도 불리우는 차등의결권은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의 주식에 대해 일반 주주가 보유한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적은 지분으로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이 제도는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서 특히 활성화되어 있다. 미국 역시 포드자동차의 창업주 포드 일가가 5%안팎 지분율에도 불구, 영구적인 차등의결권으로 40%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이 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마윈 회장의 실제 지분율이 7%에 불과한 알리바바는 성명에서 "홍콩이 견지하고 있는 관점과 정책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이는 홍콩증권거래소가 예외적인 차등의결권 인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상법으로 1주당 1개 의결권만 부여하고 있어 차등의결권 제도 활용이 막혀 있다. 엄수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차등의결권은 적대적 M&A와 무관한 평소의 주주총회에서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의결권으로 반영돼 의사결정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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