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조선족 동포 최대 밀집지역인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의 부동산 시장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지난해까지 과열 양상을 보였던 옌벤의 신규 주택 분양이 심각한 침체를 맞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31일 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옌볜에 후분양제가 시행되고 실제 수요를 크게 웃도는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상당수 부동산 개발업체의 분양 실적이 급락했다"면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옌볜의 한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집이 거의 팔리지 않아 한국에 나가 있는 조선족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강화했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서 "이 상태가 지속하면 우리도 조만간 사업을 정리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옌볜주 주도인 옌지(延吉)시의 경우 인구가 50만 명이 안 되지만 새 아파트 분양가는 ㎡당 최고 7천 위안(약 125만원)으로, 인구가 750만 명이 넘는 지린성 성도(省都)인 창춘(長春)시와 비슷한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현지 언론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거품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조선족들이 한국에서 일해 번 돈을 옌볜으로 송금하면서 현지 물가와 토지 가격이 급등한 데 편승해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폭리를 취한다고 비판했다.
옌볜 분양시장의 급랭 원인에는 우리 정부가 조선족 동포에 대한 비자정책을 꾸준히 완화해 국내 체류 조선족이 많이 늘어난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소식통은 "과거에는 해외노무자 상당수가 기본적으로 옌볜에 돌아온다는 구상에 따라 고향에 부동산 투자를 많이 했지만, 이제는 한국에서 영주권을 받아 가족 단위로 이주하는 경우가 늘어 옌볜 주택 구매의 주력군이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5년가량 일해 모은 돈 30만 위안(5천300만원)이면 옌지에 100㎡짜리 집 한 채를 장만할 수 있었지만, 현재 시세로는 10년을 일해야 가능하는 게 현지 조선족 동포들의 설명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옌볜주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 통계에 따르면 옌볜주의 지난해 부동산 대출 증가액은 전체 대출 증가액의 28%를 차지했다.
은행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년간 옌볜주 부동산 시장 과열에는 금융기관의 신용대출 완화가 크게 작용했다"면서 "최근 몇 년간 고공행진을 해온 옌볜의 주택가격은 서민들의 소득 증가 폭을 훌쩍 넘어선 수준이어서 앞으로 부동산 시장의 향방은 은행 대출 추세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현지 매체들은 중국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세율 조정에 나서고 대출 금리가 인상되면 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투기꾼들은 물론 묻지마식 주택 구매에 동참한 주민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옌볜주 인구는 총 227만 7천명이며, 이 가운데 조선족은 79만 9천명(35.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