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TV드라마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드라마 관련 방송정책을 10년 만에 바꿨다.
중국의 언론과 출판, 영화, TV 등을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하 총국)은 같은 드라마의 다채널 동시 방영을 금지하는 정책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신화망(新華網)이 16일 전했다.
새 정책은 한 드라마를 매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3개 이상의 채널에서 동시에 방영하거나 한 번에 연속으로 2회 이상 방영하지 못하게 했다.
총국 관계자는 "이번 정책은 수십 개에 달하는 전국의 위성TV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편성 측면에서 종합성을 강화하고 드라마 프로그램을 더 풍부하게 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지난 2004년부터 한 편의 드라마를 4개 이상의 위성TV 채널과 다수의 지역 케이블 방송에서 동시에 방영하는 이른바 '4+X' 드라마 방영 모델이 시행되고 있다.
방송사들은 이 정책에 힘입어 제작사로부터 같은 드라마를 공동 구매해 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누렸지만 같은 시간대에 수십개의 채널에서 4~5편의 드라마밖에 볼 수 없는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왔다.
중국의 TV방송과 드라마 제작 관련 업계에서는 10년 만에 바뀐 정부 정책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다.
위성TV 방송사들의 드라마 제작 투자가 늘고 제작사 간 경쟁을 촉진해 영세한 업체는 문을 닫거나 합병되는 경우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드라마 전체 제작비의 70~80%를 차지하는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료 거품이 꺼지고 전국 위성TV 방송사들의 순위가 뒤바뀌는 등 업계 전반에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당국의 이번 정책은 한국 드라마가 자국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자 방송계는 물론 정계에서도 '우리는 왜 한국 드라마와 같은 작품을 만들지 못하나'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언론은 새 정책이 생존 문제에 직면한 중국 드라마를 살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했다.
총국의 드라마 관리사(司·국에 해당) 리징성(李京盛) 사장은 "중국의 위성TV 채널에서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는 연간 2만5천~3만회에 달하지만, 현재 적지 않은 재고 드라마가 방영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방영 형태를 바꿀 수 있다면 드라마 제작 분야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강경정책을 통해 드라마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저장대학 미디어·국제문화학원 주칭(朱菁) 교수는 "TV드라마는 시장원리에 맡겨야 하며 각 방송사가 우수한 영화, 드라마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정상적인 이윤추구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드라마 관련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선 TV채널 설립을 개선하고 악성 경쟁을 제한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새 정책으로 중국 시청자가 매일 TV를 켜면 최대 30편의 드라마를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게 된 점은 환영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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