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의 중국을 답하다] 호두음료와 양분유
적당히 인사차 방문할 때 빈손으로 가기 어색해서 박카스와 비타500을 들고 간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모두 제약사 제품이다. 이 두 브랜드가 우리에게는 박스째 팔리는 음료수의 대명사이자 비타민C만큼이나 한결같은 매출을 물어다 주는 효자상품이다. 중국에도 박스째 잘 팔리는 음료수가 있는데, 바로 ‘여섯개 호두(六个核桃)’다.
특이한 이름의 이 제품은 2005년 출시 이래 매출이 매년 두 배씩 늘어나며 식물단백음료 업계의 신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그간 중국을 대표하는 식물단백음료는 루루의 아몬드 음료, 예수(椰樹)의 코코넛 음료, 인루(银鹭)의 땅콩음료가 각각 북부지역과 남부지역을 나누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신규 브랜드 진입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6개 호두’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뇌영양공급 음료라는 틈새공략이 먹혀 들어갔기 때문이다. 수험생부터 직장인, 노인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두뇌 영양공급 음료에 빠져들었다. 물론, 소비자들이 처음부터 ‘여섯개 호두’를 알아봐 준 것은 아니었다. ‘6개 호두’를 만든 양웬즈후이(河北养元智汇)음료회사의 본사가 있는 허베이성 조차 루루 아몬드 음료의 세상이었고, ‘여섯개 호두’로서는 특단의 마케팅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다.
그래서, 뚫기 시작한 것이 식당이었다. 잘 알듯이 중국인들은, 특히 여성들은 식당에서 음료수를 잘 시켜 마신다. 식당에서 ‘여섯개 호두’를 마셔본 사람들이 편의점이나 할인마트에서도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식당을 필두로 소매매장으로 유통망을 넓혀간 것이 마치 변칙복서의 전법같다. '여섯개 호두'의 매출액은 2006년 3,000만 위안에서 2012년에는 60억 위안, 올해는 100억 위안으로 기적같은 성공을 이뤄냈다.
‘여섯개 호두’를 성공시킨 것도, 절체절명의 위기를 가져다 준 것도 모두 브랜드였다. 기억이 남기 쉬운 특이한 브랜드가 순풍에 돛을 달아 주었지만, 제품 원료를 브랜드로 사용했기 때문에 상표등록을 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여섯개 호두’가 인기를 끌면서 경쟁사들도 연이어 호두 음료를 내놓는 것 까지는 봐줄만 했으나, 과거 거래했던 경소상이 호두음료를 내놓으며 포장에 ‘여섯개 호두’나 ‘신 여섯 개 호두’라고 써붙이는 것을 제지할 방도가 전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브랜드 전쟁이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더 이상 들어설 곳이 없을 만큼 포화상태를 보이는 중국 음료시장에서 새로운 컨셉의 식물단백음료 ‘여섯개 호두’가 보여준 역발상 마케팅과 유사상표 때문에 불거진 위기는 우리에게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준다.
유제품 시장에도 틈새가 활짝 열렸다. 우유에 문제가 생기자, 이제는 양유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양분유는 사람 모유에 가깝고 고부가가치 제품이어서 국내외 유제품 기업마다 이 시장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중국의 양 분유 시장은 수입산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고 뉴질랜드, 네덜란드, 호주산 제품이 많다.
뉴질랜드 캐리케어(Karicare) 그룹의 커뤼캉진좡(可瑞康金装) 시리즈 분유는 중국 판매되는 제품에 한해 분유 포장을 바꾸고 온라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최근에는 위바오(御宝), 지우양(九羊), 꽌산(关山), 명문귀족 등 중국 토종 양분유 브랜드도 출사표를 던졌고 완다산(完達山)이나 인챠오유업(银桥乳业) 등 유제품기업도 양분유 생산에 뛰어들었다.
중국의 두자녀 허용 정책이 2017년을 전후로 성과를 내면서 몇 년내 베이비붐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가격은 저만치 두고 안전한 제품부터 찾는 요즘 세대 부모에게 꼭 맞는 제품을 내놓기 위해 유제품기업들이 양유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우리도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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