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중앙일보 진세근] 하늘길(天路)로 불리는 칭짱(靑藏)철도가 1일 개통한 뒤 불과 보름 남짓 만에 '만원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고원 여행을 하려는 관광객이 밀려들면서 벌써 표를 구하지 못해 난리다. 여행사는 단체 여행객을 취소하는 한편 여행 상품 내용을 바꾸는 등 비상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티베트 현지에서도 관광 시설이 몸살을 앓고 숙박 시설도 동났다.
칭짱 철도는 중국 서부 칭하이(靑海)성 거얼무(格爾木)에서 고원 지역인 티베트 자치주의 수도 라싸(拉薩)까지 모두 1142㎞를 연결한다. 평균 해발이 4000m가 넘고 최고 높이가 5072m에 이른다. 안데스 산맥의 페루 철도를 200m 차로 누르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철도로 올라섰다.
이 철도의 개통으로 베이징(北京)에서 라싸까지 4064㎞를 47시간28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됐다.
◆ 단체 여행객은 당분간 사절=최근 베이징 징청(京城) 여행사는 "당분간 칭짱철도 단체여행객 모집을 중단한다"고 18일 발표했다. 이미 모집된 여행객에 대해서도 '왕복 열차' 또는 '갈 때 열차, 올 때 비행기' 여정을 '왕복 비행기' 또는 '갈 때 비행기, 올 때 열차'로 바꿨다. 이 회사의 톈링(田玲) 총경리(대표)는 "23일부터는 도저히 표를 구할 수 없다"며 "직원을 보내 알아본 결과 열흘 전에야 표를 살 수 있고, 그것마저도 오전 6시 전후에 16~20장 정도만 판매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카이싸(凱撒) 여행사의 우징(吳京) 총경리도 "11일부터 표가 귀해졌다. 최근 7명의 직원을 역에 내보내 살펴본 결과 침대 표는 보름치가 동났고, 일반 좌석표도 1인 2장에 한해 20장 정도를 판매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 때문에 벌써 20여 개 여행단의 티베트 여행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 "여행을 자제해 달라"=중국 철도 당국의 한 관계자는 "칭짱 철도는 매일 한 편만 운행한다. 게다가 고원 열차의 특성상 한번에 800석 이상의 좌석을 운행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침대칸은 400석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소한 열흘 전에 예매해야 겨우 좌석을 구할 수 있을 만큼 좌석 사정이 어렵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철도 개통으로 티베트 지역에 관광객이 대거 유입되는 바람에 라싸 포탈라궁(布達拉宮)의 입장권도 동났고, 현지 숙박 시설도 꽉 찼다"며 "당분간 티베트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표가 없다 보니 자연 암표가 극성이다. 베이징에서 라싸까지 389~1100위안(약 4만8000~13만2000원)하는 기차표가 최고 500위안 더 비싼 값에 암거래되고 있다.
◆ 왜 인기인가=티베트는 그동안 중국에서 유일하게 철도가 없는 성(省)이었다. 티베트에 가려면 항공편을 이용하거나 위험한 산길.절벽길을 따라 난 육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불편한 데다 여비가 비싼 탓에 여행객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철도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꿔 놓았다.
티베트 지역의 이국적인 풍경도 빼놓을 수 없는 유혹이다. 끝없는 초지와 양과 야크(소과의 고산동물) 떼, 염전 호수와 포탈라궁, 각종 설산(雪山)은 다른 지역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티베트만의 절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