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홍콩 정부가 기업 활동 활성화와 안정적 세원 확보를 겨냥한 세제(稅制) 개혁에 나섰다. 헨리 탕(唐英年) 홍콩 재정부총리는 이번 주말 홍콩 입법회에 보고할 ‘세제 개편안’을 18일 발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민·단체를 상대로 한 9개월간의 집중 검토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개편안의 하이라이트는 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대폭적인 세금 감면과 판매세(sales tax) 신설. 기업 세금 감면은 업계의 대체적인 환영을 받지만, 판매세 신설은 관광업계와 주민들로부터 ‘쇼핑 천국’ 홍콩의 매력을 반감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홍콩 정부는 기업 세금 인하 방한으로 법인세를 현행 17.5%에서 12.5%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홍콩의 법인세율은 OECD 회원국 평균(29.8%·2004년 기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며 한국(최고 25%)은 물론 싱가포르(20%)보다 낮아진다. 이는 일부 조세회피 지역과 마카오·키프로스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증권·보험·환(換)거래·증권인수업 등 관련 금융기관에 대해 ‘0% 세금’을 구상 중이다. 이는 기업 유치와 금융 허브(중심지)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홍콩 정부는 이 같은 감세정책에 따른 정부재정 감소분을 일반 상품과 서비스·의료비·버스 운임 등에 ‘상품 및 용역 판매세’를 신설해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5%의 판매세를 부과해 매년 200억 홍콩달러(약 2조4000억원)의 세수(稅收)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헨리 탕 부총리는 “법인세와 소득세 등은 경기상황에 따라 증감 폭이 커 저율(低率)의 세금 수입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고 과세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