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이비엠(IBM) 등 미국 정보기술 기업들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중국 국영방송 <시시티브이>(CCTV·중국중앙텔레비전)는 천안문 시위 유혈진압 25주기였던 4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운영체제(OS)인 '윈도8'이 보안상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는 방송을 내보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 전했다. 이 방송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8을 사용하는 이들의 전화번호나 은행계좌 같은 개인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 정부와 협력해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전문가의 발언도 내보냈다.
중국의 다른 관영언론들도 이날 일제히 미국 정보기술 기업들을 겨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미국 정보기술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고 고객들에 대한 스파이 행위를 하는 데 자신들의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공식 블로그에 "(미국의) 인터넷 헤게모니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는 국제 규제를 마련하고 기술적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한편으로 우리는 악당의 졸개들을 처단할 것이다. 우리 정보를 훔치는 자는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반드시 처벌할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중국 관영언론들이 미국 정보기술 기업들을 향해 집중 비난을 퍼붓고 있는 배경에는 중국과 미국이 서로 상대방의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비난하며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정부의 전세계적 도청·감시 행위를 폭로한 뒤 중국은 미국의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비판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미국 기업들을 해킹한 혐의로 중국 인민해방군 현직 군인 5명을 기소하고 수배전단까지 공개했다.
중국은 미국 기업들의 제품에 의존하는 자국의 인터넷 환경을 바꾸려는 조처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공기관의 컴퓨터 운영체제 입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8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처를 지난달 말 발표했다. 중국 인민은행과 재무부는 지난달 자국 은행들에 사용중인 아이비엠(IBM) 서버를 중국 기업들의 제품으로 바꾸도록 요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