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전지에 이어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 시장에서도 `한ㆍ일 역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전기자동차 태동기에 해당하는 2009~2011년 일본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70.4~81.3%에 달했다. 도요타 닛산 미쓰비시 등 전기차 선도 업체들이 주로 자국 합작사에서 배터리를 공급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가세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약진하기 시작했다.
LG화학은 지난해 1636㎿h짜리 전기차 배터리를 판매해 일본 AESC를 누르고 처음으로 판매 1위 업체에 등극했다.
수주량과 공급계약 업체 숫자에서 LG화학은 훨씬 이전부터 글로벌 1위로 통했지만 실제 판매량에서도 앞서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전기차 시장이 태동기를 벗어나 본격 개화 단계에 접어들면 국내 업체들 약진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배터리 회사들이 자국 완성차 중심 영업에 치중하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메이저 업체와 두루 공급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한ㆍ일 역전` 원년이 올해일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GM(볼트)과 르노(트위지, 조에, SM3 ZE) 등 전기차 판매량 확대에, 삼성SDI는 BMW i3와 i8 돌풍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판매량은 지난해 240㎿h로 글로벌 4위 수준이었다. 삼성 SDI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3배가량 늘어나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3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후발업체인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기아차 `쏘울 EV` 출시로 본격적인 매출 실현 단계에 진입했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봤을 때 LG화학이 중국 1위 완성차 업체인 상하이기차를 비롯해 `빅5` 중 3곳과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이번에 계약을 체결한 코로스도 중국 체리자동차와 이스라엘 기업 간 합작사로 최근 유럽에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
충북 청원군 LG화학 오창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된 배터리 셀을 검사하고 있다. |
중국 시장은 향후 전기차 승부처로 주목받는 곳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누적 기준으로 전기차 500만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미세먼지 퇴치를 위해 예산 280조원을 투입할 예정인데 그 대책 중 핵심이 전기차 보급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중국 친환경차 시장은 2013년 3만3000대에서 2020년 65만5000대로 20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에는 전 세계 시장에서 중국이 EV(순수전기자동차) 30%,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 16%를 점유하게 된다. 즉 `중원 제패=세계 제패`라고 했을 때 LG화학이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머지 업체들도 중국 공략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초 중국 안경환신그룹과 합작해 산시성 시안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베이징전공ㆍ베이징자동차와 손잡고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Beijing BESK Technology)를 설립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글로벌 수준에서 전개된다고 할 때 우수 고객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한국 업체들이 선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사 저작권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