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의 중국을 답하다]
왈레테!
<valeteㆍ라틴어로 안녕히 계세요>
한중 양국정상회담이 있었던 7월 3일은 미국의 운명을 가르는 날이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151년 전인 1863년 7월 3일 미국 남북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게티스버그 전투에서 북군이 승리하며 남북전쟁의 승패가 판가름났다. 이날은 사실상 지금의 미국을 만든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다. 런민일보는 최근 한중 양국관계가 유사 이래 가장 좋은 시기라고 평가했다.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한층 심화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우리에게도 7월 3일이 중국과의 장고한 역사가 상생 발전의 휘몰이 장단으로 들어서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앞으로는 ‘가장 좋은’을 넘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란다.
7월 3일은 새로운 세상이 열린 날이기도 하다. 세계 최초로 컬러 TV 방송이 있었던 날로 단조로운 흑백의 세상에서 다채로운 컬러의 세상으로 도약하는 날이었다. 이런 서광이 실물경기에도 하루빨리 미치길 바란다. 중국경제 성장률이나 수출실적을 보면 앞으로도 한동안 불경기를 버텨내기 위한 인내와 끈기가 필요할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 불경기 와중에 환율, 노동, 비용에 대한 부담이 증폭하며 이중삼중고를 겪는 기업이 적지 않은 요즘, 어려운 때일수록 리스크 관리가 승패가 아닌 생존을 좌우하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실감한다.
7월은 인내와 기다림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경기라는 터널을 걷는 것 같지만, 분명 끝은 있을 것이라고 서로 어깨를 다독이며 북돋아주는 격려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 같다. 비록 상황이 마음처럼 되지 않더라도 극복해 낼 수 있는 마음의 위안을 ‘이 또한 지나가리라(Hoc quoque transibit)’는 다윗왕의 반지문구에서 찾아본다. 한중수교 이후 드라마틱한 중국경제의 희비를 지근거리에서 감내해 온 우리 기업들에게 다윗의 반지는 앞으로도 좋을 때 마냥 ‘희(喜)’에 취해있지 않은 경계(警戒)와 비록 ‘비(悲)’를 대했더라도 좌절하지 않는 위안의 금언(金言)이 되길 바란다.
변화가 많은 7월, 나는 여전히 이 속에서 희망을 읽고 싶다.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을 것(Vires acquirit eundo)’이라고 보다 긴 호흡으로 이 순간을 헤쳐 나가자고 말하고 싶다. 7.5%라는 지금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경제성장률 목표를 맞춰내기 위해 중국정부도 하반기에는 경기에 탄력을 줄 여러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경기상승으로 이어지는데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내성이 강한 중국경제의 힘을 믿어보며 우리 기업 역시 지금의 어려움을 어떤 변화에도 꿋꿋이 버텨낼 내성 다지기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기회는 위기의 또 다른 이름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찾고 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이럴 때일수록 정보의 힘이 중요하다. 한 발 먼저 알고 보다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이야말로 변화무쌍한 격변을 이겨내는 힘이자 새로운 창조를 위한 밑바탕이 된다. 무심코 지나칠지도 모르는 기회를 흘려버리지 않도록, 미처 깨닫지 못한 인사이트를 놓치지 않도록 앞으로 더욱 정진(精進)할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나에게 작은 변화가 있다. 상하이에서의 4년 임기를 마친 나는 감사할 만한 많은 추억을 안겨준 상하이를 뒤로 하고 KOTRA 서울 본사로 복귀한다. 그간 격려와 성원을 아끼지 않은 모든 분들에게 지면을 빌어 깊은 고마움을 전하며 새로운 인연으로 다시 만나뵙기를 희망한다. 나에게 7월은 아쉬운 작별이다. 하지만, 가슴설레는, 또 다른 시작이다.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