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본의 과거 침략사에 대해 거센 비난을 계속하면서도 자국의 부끄러운 현대사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독일 공영 라디오 방송인 도이치 벨레(DW)은 16일(현지 시간) 중국의 자유팡 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일 중일전쟁을 촉발한 '7·7사변(노구교(盧溝橋) 사건)' 77주년 기념식에서 일본이 침략 역사를 부인하고 심지어 미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한 역사학자는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에 대해선 이의의 여지가 없지만 중국 정부가 노구교 사건 기념식을 성대하게 연 데는 '역사를 이용해 민족주의 정서를 선동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고 DW는 전했다.
중국 당국이 일본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이 첨예한 상황에서 인민의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한 관심을 외부로 돌리려는 정치적 선동술이라는 진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 학자는 중국이 다른 국가의 역사 왜곡을 비난하면서도 정작 공산당이 저지른 비극적인 현대사에 대해선 왜곡하거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마오쩌둥(毛澤東) 집권 시절 3천만여 명의 아사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약진운동과 공포정치가 실시된 문화혁명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당시 기자였던 양지성(楊繼繩)은 대약진운동에 대한 충분한 자료 없이 관련 서적을 저술했으나 아직 출판이 금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대사건에 대한 언급마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홍위병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문화혁명에 대한 언급도 아직 금기시돼 중국의 청년 세대에겐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 시기가 역사의 공백기라고 BBC는 전했다.
자유파 역사학자들은 이 시기가 중국사에서 잊힐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작가 무룽쉐춘(慕容雪村)은 인민들이 대기근과 문화혁명, 그리고 4인방의 횡포 등을 공개적으로 토론한다면 공산당의 집권 합법성이 훼손될 것이라면서 당국은 이 때문에 마오의 집권기 부끄러운 역사를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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