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중국을 뜨겁게 달구던 부동산 투기자금 흐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중국 내 최대 투기세력으로 지목된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상인의 투자자금이 상하이 등에서 원저우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원저우 지역의 사채 금리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발빠른 원저우상인의 자금 운용은 중국 내 자금 흐름을 판단하는 잣대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기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투기자금 흐름에 이변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발벗고 나선 중국 정부의 긴축·투기억제 정책의 효과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25일 인민은행에 따르면 저장성의 자금 흐름이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인민은행 항저우(杭州)지점은 저장성 금융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대출 증가율이 예금 증가율보다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저장성 내 금융기관에 예금된 돈은 지난해보다 21.7% 늘어난 데 비해 대출은 18.7%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는 저장성 지역은 자금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곳이어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욱 주목되는 현상이 원저우에서 발생하고 있다. 원저우 지역의 사채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 원저우는 민간의 자금거래가 발달한 곳이다. 원저우상인 간의 사금융 거래를 통해 자금이 모아지고, 이 자금은 다른 지역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이어진다.
인민은행 원저우지점의 조사 결과 원저우의 민간대출(사채) 이자율은 지난해 초 연 12.11%에서 올 6월에는 연 8.9%까지 떨어졌다. 이곳의 사채금리가 연 8%대로 떨어지기는 사상 처음이다. 이는 원저우상인이 외지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상인집단이 발달한 항저우 닝보(寧波)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원저우 중소기업발전촉진회의의 저우더원(周德文) 회장은 강남시보(江南時報)와의 인터뷰에서 “상하이 부동산 시장에서 철수한 원저우 자금은 400억위안(약 4조7000억원) 안팎에 이른다”고 말했다.
최근 항저우에서 열린 인민은행 금융회의에서는 ‘저장성 자금 흐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자동네로 소문난 저장성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현상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석탄 투기를 뿌리뽑기 위해 발벗고 나서면서 빚어진 결과다. 경제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24일 발표된 외국인 부동산 투자 규제는 중국 내 투기자금의 흐름에 또 한 차례 충격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