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얼굴에 난 거대한 혹 때문에 외부와 접촉을 끊고 살아가던 한 중국 총각의 안타까운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중국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에 발행되는 선양만보(瀋陽晩報)는 26일 15년 전부터 혈관에 종양이 생기면서 얼굴에 거대한 혹을 달고 살아가고 있는 20세 청년 리강(李剛)씨가 역경 속에서도 독서와 글쓰기로 삶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사연을 소개했다.
리강씨의 오른쪽 얼굴에 종양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5세 무렵.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 갔지만 돈이 없어 수술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안면에 생긴 종양이 서서히 커지면서 이제는 아예 오른쪽 얼굴을 완전히 일그러뜨리고 거무튀튀한 색깔로 만들어 놓았다. 마치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1980년에 제작한 영화 '엘리펀트 맨'의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아직 종양이 번지지 않은 왼쪽 얼굴만 보면 그는 아주 준수한 외모다.
얼굴의 거대한 종양으로 겪는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오른편 입술이 정상인의 4∼5배 크기로 부어 오르면서 제대로 음식을 씹지 못해 면이나 혹은 죽 같은 음식만 먹을 수 있었다. 물을 마실 때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왼쪽 입술로 빨대를 이용해 겨우 목을 추길 수 있다.
잠을 잘 때도 얼굴에 생긴 거대한 혹 때문에 왼쪽으로만 돌아누워 자야 했고 밤새 몸을 뒤척이지도 못하는 상태다. 무엇보다 큰 고통은 부풀어오른 입술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가 아버지와 의사 소통을 하는 유일한 수단은 분필이었다. 이제 환갑을 넘긴 아버지(62세)는 "종양이 점점 커지고 있어 아들이 말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리강씨는 한번은 아버지에게 비옷을 가져다 주러 외출을 나갔다 자신을 보고 소리를 지르고 놀라거나 괴물을 쳐다 보듯 하는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입고 아예 바깥 출입까지 끊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극도의 가난도 젊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2년 전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고향인 안후이(安徽)성에서 대도시인 선양까지 흘러 들어왔지만 환갑을 넘긴 아버지(62세)가 폐품을 수집하거나 날품을 팔아 생활하는 처지에서 가난 극복의 희망은 좀체 보이지 않았다.
현재 리강씨 부자가 살고 있는 집은 한국 평수로 3평도 되지 않는 조그만 골방으로 지난 6월29일에 납부한 전기료가 중국 보통 가정의 90분의1 수준인 0.9위안(약100원)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리강씨는 아버지가 폐품으로 주워온 신문과 잡지, 책을 보고 분필로 방바닥에 글을 쓰는 생활로 외부 세계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그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자신의 사연을 듣고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에는 선양시 톄시(鐵西)구 자영업협회에서 찾아와 수술비 명목으로 성금 1만6천300위안(약195만원)을 전달한 데 이어 안면의 종양을 제거해주겠다는 병원도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