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정혜전기자]
지난 18일 오전 11시 중국 양산(佯山)항. 상하이에서 32.5㎞ 길이의 둥하이(東海) 대교를 건너 도착한 이곳엔 크레인들이 쉴 틈 없이 움직이며 수출 컨테이너 박스를 싣고 있었다.
야적장엔 ‘Maersk’ ‘Evergreen’과 같은 세계적 선사(船社)들의 컨테이너 박스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부산 신항의 경쟁 항만으로 주목받아온 양산항은 작년 말 개장 이후 6개월간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다국적 해운사 30여곳을 유치하고 126만TEU(1TEU는 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화물을 처리했다.
양산항의 올 연간 목표량은 300만TEU. 지난 1998년 개장한 우리나라 광양만의 두 배가 넘는 물동량을 1년 만에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상하이 항만공사 관계자는 “양산 신항은 해외 장기 노선의 물동량 등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며 2~3년 안에 중국 상하이항(현재 3위)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 정부가 동북아 물류중심 항만으로 키우겠다며 양산항과 비슷한 시점(올해 1월)에 출범시킨 부산 신항의 상반기 물동량은 4만4936TEU로 양산항의 4%에도 못 미쳤다.
양산항을 포함한 올해 상반기 상하이항의 물동량은 1005만6000TEU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7.5% 급증했다. 이에 비해 상반기 부산항 전체 물동량은 596만TEU로 0.5% 느는 데 그쳤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환적 화물(우리나라를 거쳐 미국·유럽 등으로 가는 배로 옮겨 싣는 컨테이너 화물)은 261만4753TEU로 사상 처음으로 감소(-1.2%)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현재 부산 신항은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보다는 기존 북항의 물동량을 뺏어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