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최형규] 중국 문화부가 최근 이상한 정책을 하나 내놨다. 성(性)을 주제로 했거나 사회비판.방황 또는 극단적 자유를 표현하는 노래는 모두 불건전 가요로 분류해 노래방에서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전국 노래방 관리 시스템 구축 계획도 내놨다. 경제 발전과 함께 퇴폐적인 서구식 가요가 유입돼 국민의 건전한 정서를 해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이 기준에 따르면 중화권 최고가수인 덩리쥔(鄧麗君)의 '임은 언제 다시 오나', 류더화(劉德華)의 '나 홀로 즐기려네' 등 주옥같은 가요를 중국 노래방에서 부를 수 없게 된다. 이들 가요는 지금도 중국에서 월 음반 판매량이 상위 20위권에 들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문화부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올해 건전가요만을 담은 노래책을 만들어 칭다오(靑島)와 정저우(鄭州), 우한(武漢) 등 3개 도시 노래방에 시범적으로 돌린 뒤 이를 전국 수십만 개 노래방으로 확대 배포할 계획이다. 여기에 들지 않은 노래를 부를 경우 이를 어기는 업소나 손님은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처벌하겠다는 게 문화부의 입장이다.
이에 대한 중국 국민의 생각은 어떨까. 최근 중국 포털 신랑 자유토론란에 올라온 중국 네티즌들의 의견은 대략 이렇다.
"차라리 정부가 국민의 건전한 생활을 위해 기상.출퇴근.수면시간까지 포함한 국가 표준시간표를 만들어 시행하면 어떨까."
"중국이 어디 유치원인가. 국민을 세 살 먹은 어린애 취급하고 있다."
"불건전 가요라. 어느 시대를 말하는 건지. (문화혁명 시기인) 1970년대 노래만 부르란 말인가."
중국 정부는 13년 전인 83년 전 국민을 상대로 '정신오염 추방운동'을 전개했다. 반공산주의적 사고를 뿌리뽑자는, 이른바 정신개조운동이었다. 이 운동으로 자본주의 성향이거나 자유를 주제로 한 문학작품과 영화.연극 등이 철퇴를 맞았다. 그 뒤 10년간 중국 예술은 당의 사상선전 도구로 전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2006년 중국은 경제와 국제정치.군사 등에선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초강대국 대열에 진입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정책은 아직도 당의 이념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강국이 어떤 나라이며, 어떤 문화정책이 국민과 세계를 위한 것인지를 국제사회와 함께 생각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