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의 최대 사회갈등 요인으로 꼽히는 호구(戶口·호적)에 따른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과도기 조치로 '거주증'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중국 국무원은 4일 공안부가 마련한 초안을 보완한 '거주증 관리 조치'를 발표하고 정식 시행에 앞서 1개월간 각계 의견 청취에 들어갔다고 중국신문사 등 현지 매체들이 5일 보도했다.
내년 중 시행될 이 조치는 중국 국민이 원래의 호적지를 떠나 다른 시(市)급 이상 도시에 반년 이상 거주한 경우 안정된 직장이나 거주지, 연속된 취학경력 가운데 하나의 조건만 충족하면 거주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거주증 소지자는 해당 도시에서 사회보장과 의무교육, 고입·대입시험 응시 등 기초 공공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출입국 업무, 차량 등록, 혼인·출생 신고, 신분증 재발급 등의 행정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현재 중국의 도시지역에서 생활하는 농민공 등 유동인구는 2억 5천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은 현지 호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임금 차별은 물론 교육, 의료, 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인구·노동경제연구소 장처웨이(張車偉) 부소장은 "현재 도시에서 농민공 등에게 발급되는 임시거주증은 단순히 유동인구 관리 제도일 뿐 복지 제공과는 무관한데 거주증은 어느 정도 기존 시민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무원은 거주증 소지자가 현지 지방정부가 정한 일정 요건을 갖추면 호적을 취득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특히 인구 500만 명 이상 대도시 지방정부는 안정된 직장과 거주지, 사회보험 가입 경력 등을 점수로 환산해 일정 점수에 도달한 거주증 소지자에게 호적을 부여하는 '정착 포인트제'를 시행하도록 지시했다.
베이징대 사회학과 루제화(陸杰華) 교수는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선전(深천<土+川>), 톈진(天津) 등 일부 대도시가 시행 중인 정착 포인트제는 고급 인재 유치에 초점이 맞춰져 농민공과 같은 일반 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문턱이 높다"면서 "도시의 인구수용 능력과 고급 인재 편향성, 농민공의 시민화 사이의 모순은 중국 호적제도 개혁의 가장 큰 난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공공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재원 확보 문제로 도시-농촌 호적에 따른 차별이 단기간에 완전히 철폐될 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거주증 제도가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농업과학원 농업경제발전연구소 관계자는 "과도기적 제도로 거주증의 가장 큰 의의는 농촌 인구가 도시로 더욱 편리하게 이주해 융합되게 함으로써 궁극적 목표인 도시-농촌 일체화 실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저작권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