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금리 낮췄지만 예금금리 인상
수익성 탓 대출 소극적‥부양효과 반감
중국이 저금리의 역설에 빠졌다.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위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형 은행이나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리자 실물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할 대형 국영은행마저 고객을 붙잡아두려 예금금리를 올리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기준금리를 내려서라도 경기를 살리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 등 중국내 빅3 은행들이 사실상 예금금리를 종전 수준인 3.3%까지 인상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최근 1년 만기 예금 기준금리도 0.25%포인트 인하해 2.75%로 낮췄다. 이를 바탕으로 시중은행이 이자가 싼 자금을 실물경제로 보내 경기에 온기가 돌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통상 기준금리를 내리면 은행도 예금과 대출금리를 조정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은행간 경쟁이 격화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인민은행은 작년 시중은행이 금리를 기준금리의 20%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했다. 상대적으로 정부의 눈치를 덜 보는 소규모 민영은행들은 이 틈을 타 예금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고객을 끌어들였다. 이러자 대형 은행도 뒤늦게 금리 재량권을 활용해 대출금리를 종전 수준으로 높인 것이다.
게다가 중국 증시가 한 달새 25%나 치솟으면서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다. 은행에 돈을 맡겼던 고객들도 이 돈을 찾아 주식시장에 기웃거리는 형편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같은 신흥 경쟁자들도 고금리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어 자칫하다간 영업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판이다.
실제 지난 7~10월 가운데 석 달은 시중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이런 상황이 맞물리며 중국의 대형 은행들이 예금이자 인상이란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
은행이 조달하는 금리가 올라가면 대출금리를 정부 의도만큼 내리기 쉽지 않다. 예대마진이 박해져 수익성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기 진작 효과를 노리겠다는 정부의 노력이 반감될 수 있다는 뜻이다.
매이 얀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다른 쪽에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 방어막이 필요한 상태”라면서 “고비용 부담은 대출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사 저작권 ⓒ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