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중국 법원이 20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 또는 유용한 국영기업 간부에게 사형 대신 무기징역 판결을 내려 경제사범 처벌의 형평성 논란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란저우만보(蘭州晩報) 10일 보도에 따르면 란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9일 전 간쑤(甘肅)성 전력공사 재무처장 구후이쥐안(顧慧娟.여.59) 피고인에 대해 횡령죄, 공금유용죄, 수뢰죄를 적용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구 피고인은 간쑤성 전력공사 재무처장과 부(副)총회계사로 재직하던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사이 38만6천위안의 뇌물을 받고 공금 1천87만위안을 횡령하는 한편 1천250만위안을 횡령한 혐의가 법원에 의해 인정됐다.
횡령.유용.수뢰 금액을 모두 합하면 2천375만6천위안으로 우리 돈으로 약 28억5천700만원에 이른다.
경제사범, 특히 부패한 공직자에게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 온 중국 사법당국의 관행대로 하자면 건국 이래 간쑤성 최대 탐관(貪官)사건의 주인공인 구 피고인은 당연히 사형판결을 받았어야 했다.
중국 형법은 10만위안 이상 횡령 범죄자의 법정 최고형을 사형으로 정하고 있고 중국 법원은 그동안 이 정도로 액수가 큰 경제사범에 대해서 예외없이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다.
이를 두고 중국 법조계 주변에서는 이번 판결이 해외 도피 경제사범 인수 문제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고 이다.
중국 공안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거액을 횡령 또는 유용하고 해외로 도피한 경제사범은 800명선이며 액수로는 약 10조원에 달한다.
중국 공안당국은 이들 국부 유출 경제사범들을 단죄하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과 범죄인 인도협정 체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사형판결이 예상되는 범죄인은 넘겨주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공인된 준칙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국 법원은 공금 4억8천200만위안을 횡령.유용해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달아났던 중국은행 지점장 위전둥(余振東)의 신병을 지난 3월 미국으로부터 인도받아 12년의 유기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미국측이 신병을 넘겨주며 제시한 징역 12년 이하의 형을 선고한다는 조건을 수용한 결과로, 이 때문에 '형평에 어긋난 판결' '법의 이중잣대'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이런 가운데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가 지난 4월 경제사범에 대한 법정 최고형을 낮추자고 주장하는 글을 싣는 등 법조계 일각에서 '경제사범 사형제 폐지' 주장이 나오는 등 해외도피 경제사범에 대한 효과적인 처벌 방안을 놓고 논란이 계속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