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윤창희] 중국이 10 여년 간의 논쟁을 끝내고 '자본주의식' 새 파산법을 만들었다. 1986년 제정된 기존 파산법과는 달리 대출해준 금융회사 등 채권자의 담보대출을 근로자 임금보다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채권자 우선 변제' 원칙을 도입했다. 적용대상도 국영기업에서 민간기업에까지 확대됐다.
중국의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27일 통과시킨 새로운 파산법은 내년 4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새 파산법 제정은 기업 파산에 대해 중국이 시장경제원리를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으로 평가된다. 기존 법 체제하에서는 파산과 청산과정에서 채권자의 권리가 묵살돼 채권 회수율이 10% 선에 그칠 정도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채권자가 기업에 가지고 있는 담보채권에 대해서는 우선변제권을 가지는 서구식 체제가 도입돼 기업 관행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새로운 법은 또 기업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됐던 파산요건도 대폭 완화했다. 기존 법은 파산기업에 대해 근로자의 대체 일자리 알선을 의무화 했지만, 개정법에서는 이 조항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부실 기업의 구조조정도 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산법 제정으로 1980년대 시장 경제를 도입한 중국이 기업의 설립과 퇴출 전 과정을 규율하는 시장주의적 법체계가 비로소 정비됐다고 평가했다. 법 제정에 참여한 중국 기업구조조정 연구소 리 성광 소장은 "이번 법 통과로 외국인들의 투자도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