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사회보장과 시장개혁을 놓고 고심하던 중국이 시장개혁 쪽으로 정책의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발표된 국유기업의 퇴출을 자유롭게 한 ‘신파산법’ 개정에 대해 신화통신은 “나비가 누에고치를 깨고 나온 것과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파산법은 11년 전인 지난 95년 도입을 시도했으나 사회보장을 중시하는 보수파들의 저항에 부딪쳐 오랫동안 시행이 미뤄졌던 법안이다.
앞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2일 ‘사유재산과 공적재산이 동등한 지위를 보장받는다’고 명시함으로써 부동산 영구소유권의 길을 튼 ‘물권법’을 전격 통과시켰다. 이 역시 보수파들의 거센 반발을 물리친 획기적인 시장개혁 조치였다.
새 물권법은 중국에서 통상 70년으로 돼 있는 개인의 토지사용권이 소멸된 뒤라도 부동산을 계속 점유할 수 있도록 법률로 보장했다. 물권법은 2004년 헌법으로 규정한 사유재산권 보호를 실제 적용하기 위한 하위법으로 연초 전인대에서 통과될 예정이었지만 사유재산권의 과도한 인정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묻혀 상정이 보류됐었다.
중국 정부는 또 연말 금융시장 개방을 앞두고 은행 및 증권시장에 대한 시장개혁 조치도 서두르고 있다. 전인대는 22일 금융감독기관이 은행 등의 파산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조항을 심의했다. 그동안 채권자나 채무자만 파산신청을 할 수 있었으나 금융감독 기관이 은행의 파산을 직접 신청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부실 금융업체의 퇴출이 원활해졌다.
외국인에 대한 증권투자의 문도 활짝 열렸다. 최근 중국 증권감독위원회ㆍ인민은행ㆍ국가외환관리국 등은 오는 9월부터 국내 A주 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외국인투자가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적격외국기관투자가(QFII) 국내주식투자 관리방법’을 공동 발표했다. 이에 따라 펀드의 경우 이전에는 운용자산 규모가 100억달러 이상이었지만 9월부터는 50억달러 이상으로 완화되고 보험사는 경력 30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하향 조정됐다.
중국이 이처럼 QFII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은 올해 말로 예정된 대규모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외국 자본을 중국 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성환 전국경제인연합회 베이징사무소 소장은 “물권법과 파산법은 이미 입법 예고된 법안들이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가진 세력이 만만치 않아 통과가 미뤄졌었다”며 “최근 잇단 법안 통과로 중국 경제의 시장개혁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