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우열반 편성하지 않고, 시험성적 공개하지 말며, 보충수업·집단과외 말것”
날로 치솟는 사교육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중국이 교육개혁에 손을 대고 나섰다.
중국 교육부는 개정된 ‘의무교육법’의 다음달 1일 시행을 앞두고 일선 각급 학교에 통지를 보내 이번에 강화된 의무 공교육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킬 것을 강조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이번 ‘통지’가 강조하는 내용은 초·중등 등 의무교육 9년 동안은 △어떤 명목으로든 ‘중점반’ ‘우열반’ 등 반 편성을 하지 말 것 △어떤 형태로든 학생들의 시험 성적을 공개하지 말고, 성적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배치하지 말 것 △어떤 명목으로든 방학·휴일·휴식시간을 이용한 보충수업이나 집단과외를 하지 말 것 등이다.
교육부는 “의무교육 단계에서는 공공 교육자원을 균형있게 분배해야 하며, 교육 혜택이 고루 돌아가지 않는 지역에 대해 특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해, 이번 의무교육법 개정이 교육 불평등의 해소와 부모의 사교육비 경감을 겨냥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이런 조처로 개혁개방 이후 20년 이상 심화되어온 교육 불평등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개혁개방 이후 각 지방정부마다 국립·공립학교를 민간에 맡기는 ‘교육 시장화 개혁’의 범람으로 중국의 사교육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왔다. 지난해 계간 <중국경제>는 “세계 주요 국가들 가운데 중국보다 사교육비가 더 많이 드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베이징의 신흥 명문사립인 후이자사립중고등학교의 경우 학년별로 학비가 4만~7만위안(약 500만~875만원)에 이른다. 반면 베이징 변두리 농민공들의 밀집 거주지역에 있는 밍위안중학은 연 학비가 1200~1600위안(약 15만~20만원)이다. 이 학교 교실의 책상과 의자는 국립학교에서 폐기처분한, 낡은 것들이다. 이곳 530여명의 농민공 자녀들은 사립학교의 30분의 1에도 못미치는 교육비를 내고 있지만, 교과서를 구입하는 데도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중국의 교육 불평등이 심화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국내총생산의 3.2%에 지나지 않는 정부의 낮은 교육비 지출이 꼽힌다. 중국의 교육비 지출은 발전도상국 평균보다도 훨씬 낮으며, 아시아의 발전도상국인 타이나 필리핀보다도 낮다. 교육 전문가들은 “사회주의 중국에서 부유층은 질 높은 교육을 받고, 질 높은 교육을 받은 이들이 다시 고소득 전문직을 차지하는 교육 불평등이 구조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중국 당국은 2010년까지 교육비 지출을 국내총생산의 4.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해왔다. 왕쉬밍 교육부 대변인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누구나 값비싼 교육을 받을 수 없는 건 자연스런 일”이라며 “고소득층이 명품점에서 비싼 옷을 사고 가난한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싸구려를 사듯, 고소득층 자녀들이 고급학교에 가고 그렇지 않은 이들이 싼 교육을 받는 건 자연스런 일”이라고 말했다고 <인터네셔널헤럴드트리뷴>이 27일 전했다. 교육 관료의 이런 의식구조는 중국의 교육개혁이 앞으로 얼마나 험난할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