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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올림픽과 한국TV

[2016-08-19, 11:45:49] 상하이저널

상하이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이 한국과 똑같이 한국TV를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베이징 유학시절 땐 한국 드라마를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보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는데, 상하이에선 위성안테나로 한국방송을 실시간 볼 수 있었으며 채널도 한국과 똑같이 나왔다. 날씨에 영향을 받긴 했지만, 큰 불편없이 위성TV를 시청했었다.


상하이생활이 2년쯤 되어갈 무렵 어느 날 갑자기 잘나오던 방송이 뚝 끊겼다. 업체에 전화를 해도 안 받았다. 그때는 영문도 모른 채 다른 업체에 문의해서 다시 돈을 내고 한국방송을 시청했다. 그러다 얼마 후 한인타운이 들썩할 만한 사건이 터졌다. 위성업체가 말 그대로 먹튀를 한 것이다. 그래서 집집마다 방송은 다 끊겼고, 한국에 있는 위성업체본사에서도 중국에서는 더 이상 시청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그래도 항상 편법은 있기 마련. 마음만 먹으면 예전처럼 한국방송을 실시간 볼 수 있었지만, 우리가족은 그 당시를 계기로 한국위성방송 기계를 아예 처분해 버렸다. 그리곤 줄곧 중국방송만 봐왔다. 원하는 한국 방송은 실시간으론 못봤지만 오늘 끝난 드라마는 다시보기 서비스로 바로바로 볼 수 있었으니 지금까진 별다른 불편을 못느끼고 살았다. 최근 리우올림픽을 시청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올림픽이 뭔지도 잘 모르는 둘째에게 올림픽 설명도 해줄 겸 같이 앉아서 올림픽을 시청하는데, 아이들은 한국선수에게 그다지 호감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선수가 경기를 하고 있어도 대기하고 있는 중국선수들만 TV화면에 나왔다. 자국선수를 보여주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로컬학교를 다니고 있는 우리 아이들 또한 중국선수들을 보며 자라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중국에서 교육을 받는다해도 한국사람이 중국사람으로 변할 수는 없는 일. 내 나라를 아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한국에서 교포직원들과 같이 근무를 할 때 이미 한국국적을 취득한 교포들도 한•중전에선 여지없이 중국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나는 이미 경험해 보았다. 지금 이대로 지내다간 우리아이들도 오성기 들고 ‘찌아요~!’를 외칠 것 같았다. 진종오 선수의 금메달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나라가 어떤 운동을 잘하는지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실시간 한국방송을 신청하기로 했다.


한국방송을 보기 시작한지 이틀째. 아이들은 맨날 아빠엄마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어린이TV는 못본다며 불같이 화를 내고 있다. 올림픽 기간동안만이라도 경기를 같이 보자고 어르고 달래도 안통한다. 집에 TV가 한대뿐이라 설득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몇 년 만에 보는 한국방송인지 우리 부부도 TV앞에서 리모컨을 잡고 놓을 줄을 모른다. 한국 방송을 보자는 취지는 좋았으나 하루만에 주객이 전도되어 버렸다. 올림픽보단 뉴스 드라마에 더 마음이 갔다.


“아빠는 맨날 뉴스만 봐.”
볼멘소리를 하던 내 어린 시절이 떠올라 우리아이들 투정이 그리 나쁘게 들리지 않는다. 부족한 것 없이 커가는 이 시대 아이들에게 TV채널쯤은 양보 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요즘 한창 재미있게 보던 ‘好先生’은 아무래도 한국드라마에 밀려 다시보기로 봐야할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은 한국 ‘런닝맨’보다 중국판 런닝맨  ‘奔跑吧!兄弟’가 더 재미있단다. 유재석보단 邓超가 더 친숙한 아이들. ‘송중기’라 안부르고 ‘쏭쫑지’라 부르는 아이들.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중국통도 좋지만 한국에 대해 좀 더 정확하고 깊게 심어줄 필요성을 느끼며, 부모라는 타이틀을 가진 나의 어깨가 한 층 더 무거워진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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