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정보기술(IT) 부문에서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우리나라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1일 '한국 IT 기술을 위협하는 중국' 보고서에서 한.중간 IT 기술 격차가 지난 2003년 2.6년에서 지난 8월말 현재 1.7년까지 줄었다는 정보통신부 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IT 제품 및 부품 생산력 향상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IT 수출액은 지난 1~7월 작년동기대비 7.4% 늘어나는데 그쳐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증가율이 두 자릿수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지난해 117%를 기록했던 반도체의 증가율은 1~7월 4.5%로 급락했고,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기기 역시 증가율이 4.6%까지 낮아졌다.
산업자원부는 이같은 추세가 이어져 2010년께 이동통신.2차전지.가전 등 주요 IT 분야에서 한.중간 기술 격차가 1년 안팎까지 좁혀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은 첨단 IT 기술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우리 기업을 인수.합병(M&A)하고 있다.
중국 비오이(BOE)그룹은 하이닉스 반도체의 TFT-LCD 사업부문인 비오이하이디스를 지난 2002년 3억8천만달러에 인수했고, 중국 최대 온라인게임 유통사 샨다네트워킹은 2004년 국내 게임업체 액토즈소프트를 사들였다.
현재 중국 렌샹그룹 계열의 레노버는 법정관리 중인 삼보컴퓨터 인수를 놓고 국내외 10여개사와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 IT 기업을 인수한 뒤 자금 지원 보다는 첨단 기술 이전에만 주력, 인수된 한국 기업의 경우 투자부진, 자금난과 더불어 적자로 돌아서거나 손실 폭이 커지는 등 오히려 더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많다.
연구소는 이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국가 안보에 직결된 핵심산업의 경우 해외 매각에 제약을 둘 수 있도록 미국의 '엑슨-플로리오(Exon-Florio)법'과 같은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을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각할 때 정부가 일정 지분을 보유, 인수 기업이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 영향력을 행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은 중국 IT 내수시장에 대한 효과적 공략을 위해 기술 표준과 현지 상황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는 중국 현지 연구.개발(R&D) 센터를 늘리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한.중 공동 기술개발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한다고 연구소는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