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박 대통령의 세 번째 대국민 담화에 중국 언론 매체들이 일제히 긴급 속보 기사들을 쏟아냈다. 대부분의 매체에서 관련 기사를 홈페이지 메인 뉴스로 다루며 한국의 국정 변화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중국 관영지 환구시보(环球时报)는 대국민 담화가 끝나자마자 담화의 중문 번역본과 한국 언론 매체 반응에 대해 긴급 보도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한국과 체결한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형세를 잘못 읽은 꼴이 됐다며 후회하고 있다는 기사도 보도했다.
환구시보의 렁춘양(冷春洋) 평론가는 ‘한국과 결혼한 여인’ 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이혼을 당하고 있다고 하며 이 모든 것이 한국이 가지고 있는 ‘서양식 선거’로 인한 비극적 결말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을 뽑을 때 경험과 이력이 풍부한 사람을 선호하기보다 연설을 잘하거나 여론에 우호적인 외부 ‘이미지’를 중시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현재 국정을 유지하기에 야당이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알고 공을 국회에 던짐으로써 한 걸음 후퇴하여 사실상 자신을 방어한 셈이라고 말했다.
신화사(新华社)는 ‘박 대통령 조건부 사임 원해, 탄핵 피하려는 꼼수로 보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박 대통령이 행한 3번의 검찰 송환 거부, 3번의 대국민 담화, 한국 여당·야당의 반응과 검찰 녹음 파일에 대해 자세히 전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이번 사의 의사 표명은 상황에 따라 ‘강요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박 대통령을 이을 차기 대선 주자를 바로 찾기에 분명히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경보(新京报)는 ‘박 대통령에겐 여전히 판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는 제목으로 그녀가 퇴진 후 발생할 정국 혼란을 빌어 전진을 위해 물러서는 ‘이퇴위진(以退为进)’의 전략을 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회 탄핵 과정에서 발생할 변수를 고려하면 박 대통령이 다시 판을 뒤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의 현 국정 논란 사태를 사드와 연관짓는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에는 안 좋은 일만 계속되는 것 같다”, “사드 배치가 나라에 화를 부른 꼴” 등의 댓글들이 공감수를 상당수 얻었다. 이밖에 “최근 몇 년간 한국의 대통령은 좋게 끝난 적이 없었고 국민들의 불안정이 정부에 화를 가져왔다”며 자신들의 사회주의 체제를 찬양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 언론 매체의 기사 대부분이 최순실·박 대통령과의 관계 및 검찰 조사 경과 및 여·야당의 갈등에 초점을 둘 뿐 한국 국민들의 평화 시위에 대해 긍정하는 기사는 매우 적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내 시위에 대한 금지 인식이 기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외교부 겅솽(耿爽) 대변인은 29일 진행된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에 따른 사의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 일은 한국의 내정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한국 국민들은 지혜롭기에 관련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