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차츰 중국 로컬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분위기다.
중국자동차 사이트 이처(易车)는 지난 1월~10월 중국산 브랜드 승용차의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20.1% 늘어난 813만 대로 전체 승용차 판매총량의 42.6%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업체들이 저렴한 가격과 기술 향상으로 약진하는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한국업체라고 전했다.
로컬업체들 사이에서는 “현대를 넘어서면 최소 5년 간 시장에서 패하지 않는다”는 ‘현대차 척도론’이 지배적이라는 설이다.
지난해부터 베이징현대와 동펑유에다기아(东风悦达起亚)로 대표되는 한국산 자동차업계가 ‘한류(寒流)’를 맞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중국 로컬자동차의 기술향상으로 한국산 브랜드가 가격경쟁면에서 밀린다고 진단했다.
사실상 베이징현대는 지난 10월 판매량 9만 대로 전년동기 대비 10% 하락했다. 지난 3월 신형 엘란트라를 출시하면서 판매량은 4월 이후 6개월 연속 전년동기 대비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10월 들어 성장세가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10월 현대의 6개 차종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
베이징자동차(北汽)의 리펑(李峰) 총재는 과거 베이징현대에서 상임부총경리를 지내면서 ‘PQB이론’을 제기했다. PQB 이론이란, 자동차기업은 가격드라이버(Price Driver), 품질 드라이버(Quality Driver), 브랜드 드라이버(Brand Driver)의 3단계를 거친다는 논리다.
2014년 이전 중국산 자동차는 가격 경쟁력을 중시하는 ‘가격 드라이버’ 단계였지만, 2014년 이후 ‘품질 드라이버’ 단계로 들어섰다. 품질 드라이버 단계에서는 10년 이상을 소요해야 비로소 ‘브랜드 드라이버’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아직까지 품질드라이버 단계에 머물러 있어, 중국산 자동차들의 첫 번째 타깃이 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현대차를 넘어서면 품질드라이버 단계를 통과해 브랜드 드라이버 단계로 진입함을 의미한다. 반면 이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면 가격 경쟁의 악순환에서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리(吉利)자동차는 현대자동차를 넘어서는 전략으로 ‘도약 벤치마킹’ 개념을 제시했다. 즉 차량의 내부장식, 안전, 이미지 등은 유럽 자동차를 벤치마킹한 뒤 한국 자동차 가격에 맞춰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차츰 시장의 신뢰를 얻어간다는 논리다. 가령 지리의 보루이(博瑞)자동차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렉서스ES와 아우디A6L의 모형을 벤치마킹해 11만~15만 위안에 판매했다. 고품질 차량의 저가판매 전략은 시장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현대차의 경우 연구개발 제조비용을 낮추기가 쉽지 않다. 중국의 모든 합자차량은 차량 한 대당 10%의 기술이전비용을 납부해야 하는데, 이 10% 비용에서 이미 중국산 자동차와의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셈이다.
베이징 현대는 올해의 판매목표를 112만 대로 설정했다. 10월까지 총 86만9000대를 판매해 목표치의 78%를 달성했다. 중국 로컬 브랜드가 맹렬한 속도로 추격을 해오는 가운데 현대차의 올해 목표치 달성은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종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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