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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 노인, 자물쇠 32개 채우고 '나홀로 집에'

[2017-01-03, 14:17:05]

 

상하이에 홀로 거주하는 한 90대 할머니가 대문과 집 안 구석구석에 32개의 열쇠를 꽁꽁 걸어 잠근 채 외부세계와 단절된 생활을 해온 사연이 화제다.

 

징안구(静安区)의 한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왕만화(王曼华, 94) 할머니의 단절된 삶은 10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됐다. 자녀가 없던 왕 할머니는 남편을 잃은 상실감을 안은 채 오랫동안 홀로 지내왔다.

 

할머니는 도둑이 들어 물건을 훔칠까 하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대문에 여러 개의 빗장을 채웠다. 또 누군가 자신을 독살할까 싶어 찬장에도 열쇠를 채웠다. 이렇게 집안 곳곳에 걸어 둔 열쇠만 32개에 달한다.

 

꽁꽁 잠긴 건 집안 곳곳의 문 뿐만이 아니었다. 할머니는 마음의 문도 꽁꽁 걸어 잠근 채 외부와의 접촉을 삼갔다.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나날이 높아져 가면서 하루하루를 집안에 갇혀 지냈다. 누군가 문을 두드려도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할머니는 냉장고에 보관해 둔 비스켓을 먹으며 생활했고, 냉장고 안 음식물은 썩어서 부패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할머니는 30평방미터 가량의 작은 집안에 갖가지 잡지들을 쌓아두어 집안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채로 지냈다.

 

2015년 겨울에는 화장실에서 넘어져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3~4시간을 쓰러져 있었다. 당시 할머니 댁을 방문한 주민위원회 간부가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기척이 없자 1층 마당을 뛰어 넘어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 할머니를 구했다.

 

할머니를 염려하는 지역주민들은 양로원에 나오라고 설득했지만, 여전히 할머니는 이들의 위로를 외면했다.

 

지역 주민위원회는 자원봉사자로 결성된 ‘노인돌봄’ 단체를 만들어 수시로 왕 할머니 댁에 우유를 배달했다. 문 밖에서 “우유 왔어요”라고 말하면, 할머니는 “알았다”고 답했다. 여전히 냉랭한 태도였지만, 적어도 할머니가 사고없이 잘 계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우유를 배달간 자원봉사자가 한 시간이 넘도록 문을 두드려도 할머니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결국 담을 넘어 들어간 집 안에서 할머니는 침대 밑 작은 공간에서 발견 되었다. 당시 할머니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황에서 잔뜩 겁을 먹고 침대 밑 협소한 공간에 몸을 웅크린 채 대소변까지 실례한 상황이었다.

 

몇 날 며칠을 그 상태로 지냈는지 알 수 없었다. 주민들은 할머니를 설득해 나오게 한 뒤 깨끗이 씻긴 뒤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실시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이후 주민들은 직접 만든 음식을 가져다 주는 등 온정을 이어갔고, 할머니는 차츰 마음의 빗장을 풀었다. 이윽고 집안의 자물쇠들이 하나하나 풀렸고, 할머니의 얼굴에는 미소가 찾아왔다.

 

지금은 대문 열쇠를 자원봉사자들에게 맡기고 그들의 돌봄을 흔쾌히 받아 들이고 있다. 할머니는 “주민들이 나를 살렸다”고 말한다.

 

중국의 독거 노인은 58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가구 수의 14%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하지만 독거노인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여서 제도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종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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