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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2017-01-04, 16:54:50] 상하이저널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 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은 친구가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니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새해 첫날 어릴 적 소꿉친구가 보내온 유안진 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찬찬히 읽고 있자니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하지만 같은 시 임에도 하얀 칼라의 교복에 양 갈래머리 나풀대던 소녀시절과 지금 이 나이에 시를 대하는 마음은 너무도 달랐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무려 열 살이나 차이가 나셨다. 아버지 인생목표가 100세 셨으니 우린 어머닌 90세까지는 사셔야 한다고 늘 우스개 소릴 하곤 했다. 그렇지 않더라도 당연 어머니가 더 오래 사실 거라는 예상을 깨고 먼저 우리 곁을 떠나셨고 그 후 17년을 아버지 혼자 지내셨다.

 

2년전 아버지께서 돌아 가시면서 한 대학병원에 시신 기증을 하셨고 우린 지난달 한줌의 재로 우리에게 오신 아버지를 아버지의 바람대로 어머니와 함께 합장 해드렸다. 두 분 사시는 동안 갖은 희노애락이 있으셨겠지만 홀로 계시면서 항상 어머니를 그리워하시며 만날 날을 기대하시고 살아 계실 때 보다 더 깊은 그리움과 정을 느끼시는 듯 했던 모습들이 나에겐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세월은 흐르고 나는 어느덧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대하는 마음도 많이 변해 가고 있음을 본다. 어릴 적엔 우정이, 청년이 되면서 애정이, 결혼을 하고는 남편과 자녀가 전부인 듯 그것을 위해 사는 듯 했다. 내가 무엇을 이루어야 할 것 같았고 사랑이든 삶이든 무엇이든 뜨겁고 명확해야 했고 정신 없이 결국은 나를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이제 자녀는 성인이 되었고 난 세월 앞에서 열정도 식어가고 몸도 느려지고 잊는 것도 잦아지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기도 한다. 확실히 내 몸의 변화가 느껴지고 가끔은 외롭기도 하고 그러면서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러면서 변화에 따른 나의 삶과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점점 하게했다.


언제부터인지 난 내 곁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과 난초와 같이 향기로운 지란지교를 꿈꾼다. 부부도 자녀도 먼 곳에 있는 또는 가까운 곳에 있는 친구와 이웃들까지도 나의 노년에 이렇게 모두가 친구되어 더불어 더 좋은 지란으로 피어 맑고 고운 향기로 만나지길 기대한다.

 

칭푸아줌마 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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