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박기성 특파원 = 중국 국민이 개혁.개방 이후 품어온 4대 불만 가운데 하나가 비싼 의료비 문제다.
중국인들은 이를 '간병난(看病難)' 혹은 '간병귀(看病貴)'라고 한탄하면서 공비(公費)의료와 노보(勞保)의료 등으로 사실상 정부가 무상 진료를 보장하던 개혁.개방 이전의 시절을 그리워한다.
중국 인민들이 의료문제와 더불어 꼽는 다른 세 가지 불만은 분배 불평등, 비싼 교육비, 구직난이다.
공산주의청년단 기관지 중국청년보는 19일 보도를 통해 중국 정부가 지출하는 의료비의 80%가 각급 당정 간부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고발했다.
신문은 최근 개최된 의료 관련 고위 포럼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들춰내가며 이렇게 전하면서 이날 발표내용이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기를 쓰고 감추려 하는' 정부 관리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이들은 대부분 자기의 이름과 신분이 공개되지 않기를 바랐고 이 중 몇몇은 자기들의 발언을 속기록에서 삭제해 줄 것을 주최측에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일반에 알려지면 '골치 아파지는' 민감한 문제라는 것이 이유다.
신문은 중국이 지난 10년간 의료체계 개혁을 시도했지만 의료서비스의 불공평과 정부 자금 사용의 저효율성으로 인해 실패했다고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와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를 인용해 평가했다.
이날 참석자 가운데 유일하게 자신의 신원을 밝힌 중국의사협회 인다쿠이(殷大奎) 회장은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국가위생부 부부장을 역임한 바 있는 인 회장은 1998년 전국 의료서비스 조사 결과 농민의 87.4%가 의료비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으며,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37%가 치료를 받지 못했고 입원해야 하는 환자의 65%가 입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2000년 WHO가 진행한 의료예산 조달 및 분배 형평성 조사에서 중국은 191개 회원국 가운데 188위였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중국과학원 조사 결과 2005년 정부가 투입한 의료비 중 80%가 850만 당정 간부들을 위해 사용됐다는 사실이다.
당 감찰부와 인사부에 따르면 전국 당정기관 200만명의 각급 간부가 장기 병가를 사용했고 이 중 40만명이 장기간 간부병실, 간부초대소, 휴양소 등을 사용하면서 500억위안(약 6조200억원)의 국고를 지출토록 했다.
인 회장은 2003년 위생부 조사치를 인용해 도시인구의 44.8%와 농촌인구의 79.1%가 아무런 의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도시 근로자 가운데 의료보험 가입자는 1억3천만명이고 공비 의료 수혜자는 5천만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의료지원액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 인구가 세계 전체 인구의 22%를 차지하지만 중국의 의료예산 점유율은 2%에 불과하고 2003년 기준 중국의 의료비 총액 6천600억위안 중 정부 부담률은 17%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의 80∼90%, 미국의 45.6%, 태국의 56%보다 크게 낮았다.
신문은 개혁.개방 이후 절대다수의 인민이 국가가 보장하는 의료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제발전에 따라 이들의 어려움을 깊이 헤아려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현재 11개 관련 부처가 의료체제 개혁협력 소조(小組)를 구성해 영국식 의료보장 체제를 모델로 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올 겨울이나 내년 봄 쯤 개혁안이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