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방

(상하이=연합뉴스) 진병태 특파원 = 중국이 한 소년에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남방주말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시의 이링(夷陵)고등학교 3학년인 위팡(余放.17)은 지난 10일 화학경시대회에 참석, 시험지를 받아들고는 답안을 작성하는 대신 문제지 사전유출과 인지 경위를 답안에 적어 감독관에 제출했다.

중국에서 각종 경시대회는 우수한 성적을 받으면 학력고사를 보지 않고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간 경쟁이 치열하다. 위팡은 이런 기회를 버리고 문란한 중국 경시대회의 실상을 고발했다.

위팡이 문제를 사전에 알게된 것은 경시대회가 열리기 하루전인 9일. 화학교사인 리신(李欣)이 불러 교무실로 가보니 리씨는 화학연구반 조장이면서 중국화학학회 회원인 아이홍궈(艾宏國)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씨는 사무실로 들어와 작은 목소리로 리씨와 이야기를 나눈뒤 리씨에게 봉투를 넘겨주고 사라졌다.

리씨는 이날 위팡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어디서 출제된 것인지를 알수 없는 11개의 화학문제를 풀게한뒤 문제를 회수해갔다. 위팡은 근 새벽이 돼서야 문제풀이를 마무리한뒤 귀가할 수 있었다.

위팡은 새벽 귀가 길에 문제의 내력에 대해 고민을 했고 결심했다.

위팡은 이날 오전 8시에 시험장에 들어가기전 시험을 치르지 않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를 알려준뒤 낮 12시 시험이 끝나기 전에 반드시 친구의 부모와 다른 학생들에게도 전달되도록 당부했다.

위팡은 시험지를 받아들고 전날 풀었던 문제와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한뒤 답안지에 문제지 사전인지 경위를 자세히 적어 감독관에 제출했다.

그는 고발장이 된 답안지에 "영예를 바라지만 정당하지 못한 수단은 멸시한다"면서 "정(情)과 법(法)이 있다면 정은 법에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썼다.

그는 "영도자들이 이번 사건을 중시해 엄중히 조사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