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연합뉴스) 조계창 특파원 =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가 최근 압록강 하구에 위치한 둥강(東港)시까지 강변을 따라 북한 땅을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는 새 도로를 개통했다.
단둥시가 지난 19∼21일 열린 개항 100주년 압록강 국제관광절 행사에 즈음해 개통한 새 도로는 총 길이가 30여 ㎞로 웨량다오(月亮島.중국)에서 유초도(북한), 랑터우항(浪頭港.중국), 황금평(북한), 비단섬(북한), 신도(북한) 등을 스쳐 압록강 하구의 둥강시까지 이어진다.
압록강 하구에서는 거의 유일한 중국측의 하중도(河中島)라고 할 수 있는 웨량다오는 한때 북한측의 반대로 개발이 지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5성급호텔과 별장식펜션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본격 개장을 앞두고 있다.
북한은 '어떠한 일방이 만약 항도를 고치거나 물 흐름에 변동을 주어 대안을 충격할 수 있는 건축물을 경계하천 상에 세울 때는 응당 먼저 상대방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규정한 조중변계조약 17조를 근거로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20일 이곳에서 열린 압록강미술관 개관 기념전시회 개막행사에는 북한측 인사도 참석해 웨량다오 개발을 둘러싼 북중 양국의 이견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유초도의 맞은 편에 자리 잡은 중국측 내륙항구인 랑터우항을 지나 10분 가량 버스를 타고 달리면 북한측 섬인 황금평이 나타난다. 이곳은 일제 시기까지만 해도 잡초만이 무성하게 자랐던 불모지였지만 북한측이 대대적인 간척사업을 통해 북한에서도 손꼽히는 곡창지대로 변모시킨 곳이다.
특히 황금평은 새로 개통된 압록강 강변도로에서 불과 1m 남짓한 도랑 하나를 두고 철책이 세워져 있는 곳으로 압록강 하구쪽에서는 가장 지척에서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로 꼽히고 있다.
황금평을 지나 비단섬 방면으로 접어들면 갯벌 사이로 홈처럼 팬 도랑을 끼고 중국의 오성홍기와 북한의 인공기를 함께 단 중국측 무역배들이 갈대숲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 끈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밀물이 들어와 물길이 열리면 조각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북한의 무역배들과 해산물과 공산품을 주고 받으면서 현재까지도 생계를 이어오고 있다.
한때 북한의 신의주를 대신해 특구로 개발할 것이라는 미확인 소문이 떠돌기도 했던 비단섬에서는 벼 이삭들이 따가운 가을 햇살을 받아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단둥시의 한 공무원은 비단섬이라는 지명의 유래에 대해 "북한이 신의주에 공장을 세우고 이곳에서 갈대를 베어다 옷감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를 두고 고(故) 김일성 주석이 비단섬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귀띔했다.
항구로 들어서면 북한이 2003년 6월 철새보호구로 지정한 북한의 신도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또 다른 장관이 펼쳐졌다.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 위로 점점이 섬들이 펼쳐진 신도에서는 무수한 바닷새들이 떼를 지어 허공을 비행하는 장면이 또렷하게 목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