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한 매체에서 전국 각지 공원에서 행해지는 ‘중매 시장’의 민낯을 폭로하며 베이징 맞선 시장을 토대로 한 ‘중국식 맞선 먹이사슬’, ‘맞선 가격 목록’을 공개해 누리꾼들 사이에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봉황주간(凤凰周刊)은 최근 ‘중국식 맞선 가격 목록: 외지 사람 NO, 베이징 호적이 있다면 장애인도 OK’라는 글을 통해 베이징 중산공원에서 이뤄지는 노인 중매 현황의 불합리성에 대해 낱낱이 고발했다.
매체는 공원 현장에 자녀, 또는 손주들의 혼사를 위해 더운 날씨에도 길을 나선 노인들로 가득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자녀, 또는 손주의 신상 정보를 직접 기록한 전단지를 앞에 내걸고 적극적으로 중매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중매의 가장 기본 원칙은 ‘문당호대(门当户对, 남녀 두 집안 형편이 걸맞다)’다. 두 사람의 경제적 조건, 결혼 경력, 부동산 보유 상황, 호적 소재지 등이 비슷해야만 혼사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베이징 호적을 보유한 자와 외지인은 그 격차는 사실상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진다고 매체는 전했다.
또한, 옛부터 전해지는 중국의 양은 순하고 힘이 없어 10마리 중 한 마리만 행복하게 산다(十羊九不全)는 미신 탓에 양띠 배우자는 선택 범위에서 배제시키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공원에 나온 대다수의 노인들이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양의 해에 태어났으면 단호히 ‘안 된다’고 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체는 노인들과의 인터뷰, 전단지 등의 정보를 토대로 현장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조건 순으로 ‘중국식 맞선 인간 먹이사슬(中国式相亲鄙视链)’을 제시했다. 최상위 포식자에 해당하는 배우자 조건으로는 베이징 호적을 가지고 있고 시내 또는 교육 집중지에 집을 보유하고 있으며 남자는 해외파 박사, 여자는 4년제 학부 학위 보유자였다. 먹이사슬 아래에는 모든 띠가 양 띠에 우선한다고 추가로 기재했다.
이밖에 매체는 ‘중국식 맞선 가격 목록표’를 제시해 남성과 여성의 조건에 따라 매칭 수준을 최고, 높음, 표준, 낮음, 고려하지 않음 등으로 나누기도 했다.
이 글이 인터넷 상에 화제가 되자 중국 현지 매체들과 누리꾼들은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청년보(中国青年报), 남방망(南方网) 등은 중국의 ‘문당호대’ 전통 관념은 중시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애정 없이 사업 계약하듯 성사되는 결혼은 결국 불행과 이혼으로 연결된다며 조건만을 중시하는 현 중매 시장에 대한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현지 누리꾼들은 “결혼은 물질도 중요하지만 애정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 “이게 무슨 중국 전통의 문당호대인가, 이건 그냥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함 아닌가“, “결혼의 시작도 계산, 결혼 후에도 계산, 이혼할 때에도 계산... 모든 게 계산으로 시작되고 계산으로 끝나는 게 이분들의 결혼인가 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은 “베이징 호적이 갑이구나”, “장애는 있어도 되지만 양띠는 절대 안 된다니 이게 무슨 말이냐”, “남자는 고학력일 수록 가치가 높아지는데 여자는 왜 고학력일 수록 더 가치가 떨어지는지?”라며 중국 전반에 존재하는 미신, 지역 차별, 성별 차별에 대한 부당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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