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사정당국이 천량위(陳良宇) 상하이 서기를 정점으로 한 상하이시 비리 수사에 이어 수도 베이징시로 무대를 옮겨 권력서열 4위의 자칭린(賈慶林)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겨냥하고 있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는 29일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가 베이징시 주변의 비리 수사를 위해 각지에서 올라온 감찰관 300여명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상하이시 사회보장기금 비리 수사를 맡고 있는 100명보다 규모가 세 배 크다.
이 수사진은 베이징 완서우(萬壽)로의 한 호텔에 진을 치고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한 채 수사중이다. 이들의 수사대상은 변질된 쌀을 시장에 공급한 천화량(陳化糧) 스캔들과 의약업계의 17억위안 상당의 주택공채 비리 2가지이다.
근래 베이징 곡물시장에서 곰팡이와 발암물질이 든 변질된 쌀 2천여t이 발견되면서 시작된 천화량 스캔들은 시 식량국이 계속 사건을 은폐하며 중앙정부와 일반대중을 속인 보고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형 비리로 커졌다.
상하이의 수사가 순조롭게 이뤄졌던 것과는 달리 베이징에선 완강한 저항에 부딪힌 상태다. 얼마전 한 수사관이 폭탄의 뇌관이 들어있는 우편물을 전달받기도 했으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허위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베이징 전투'가 지난 6월 류즈화(劉志華) 베이징 부시장을 `부패와 방탕한 생활'로 직위해제한 뒤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도 이 때문으로 아주주간은 풀이했다.
특히 상하이 수사가 상하이방 핵심인 황쥐(黃菊) 부총리와 천 서기를 과녁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베이징 수사는 자칭린 정협주석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방의 일원이었던 자 주석은 문혁당시 하방(下放)돼 한 공장에서 상관으로 모셨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체제가 들어서자 상하이방에 동조, 베이징시장, 서기로 승진을 거듭했던 인물이다. 구속된 류 부시장이 자 주석의 베이징시장 시절 비서장을 지냈던 측근이라는 점에서 이번 수사의 종점이 자 주석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