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모와 형제, 자매와 함께 하지 못하는 해외에서의 삶을 항상 밝고 긍정적인 나는 10여 년이 넘게 아이 셋을 키우고 있다. 때로는 지혜롭게 때로는 그렇지 못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나름대로 씩씩하게 잘 살아오고 있는 나이다. 하지만 얼마 전 큰아이가 1주일 동안 학교를 못 갈정도로 아팠다. 아픈 아이를 돌보며 내가 병행하고 있는 학업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저녁에도 잠을 몇 번을 깨면서 아이를 챙겨야 했다. 둘째와 셋째도 신경써야 하는 일이 닥치자, 나의 인내심의 한계를 오랜만에 느끼며 갑자기 부모님과 언니들에 대한 그리운 마음이 순식간에 밀려들었다.
“아~ 만약 내가 지금 한국이라면 언니나 부모님들 중에 누군가 나를 도와줬을 텐데….”
아이가 아파서 내 정신과 몸의 체력이 약해지니 너무 외롭다는 감정이 하루 종일 나의 몸과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내가 이기적이라 내가 힘들어야 부모님과 언니들 가족의 품이 그리워지고 외롭다고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나의 내면의 무의식 속에 난 외로워 하고 있었지만 의식 속의 내가 그것을 외면한 채 아닌 것처럼 살고 있었던 것인가? 평소에도 식구들에게 자주 연락을 하지 않고 잘 챙겨주는 못했던 나는 밀려오는 외로움과 함께 내면을 들여다 보았다.
평소에 의젓하게 비교적 성숙한 성격의 첫째 딸아이가 몸이 아프면서 며칠 동안 응석 부리고 짜증내는 모습이 이어졌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 아픈 아이에게 짜증 섞인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서글피 우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정신이 들었다. 아이에게 엄마가 요즘 너무 힘들어서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것 같다며 너도 아파서 짜증내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돌보는 엄마를 생각해서도 덜 하도록 조절하자고 말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평정심을 찾았다. TV에서 어떤 부모는 정말 오랫동안 아픈 가족을 돌보면서도 짜증 한번 내지 않는 것을 많이 보았던 것 같다. 그런데 고작 1주일 정도를 마인드 컨트롤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아휴~ 나도 더 크려면 멀었구나!”
엄마이니 아이들보다 더 강해야 하고 아이들보다 더 지혜로워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도와주는 가족 없이 나 혼자 힘든 일들이 반복되니 울고 싶고 누구에게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어지는 연약한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앞으로 강한 척 그만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나의 모습대로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어려서 부모님을 보고 느낀 감정과 생각들이 있었듯이 우리 아이들도 외롭고 힘들어 하는 나를 다 보고 느낄 텐데 굳이 강한 척 연기하는 내가 더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회복되어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아이와 대화를 나눴다. 아픈 아이에게 화를 낸 내가 창피해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식이 아프면 부모는 더 강해져서 잘 보살펴야 하는데 실은 엄마는 그게 생각처럼 잘 안 되는 거 같아. 몸과 마음이 지쳐서 너보다 더 약해지게 되는 거 같아. 그러니 우리 아프지 않게 음식조절, 운동, 스트레스등 각종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들에 잘 주의하면서 아프지 말자.”
“알았어요, 엄마 나 아프고 났더니 살이 많이 빠져서 옷이 다 커졌어요.”
큰 딸은 그런 나의 모습이 우스웠는지 평소에 살짝 비만인 아이가 나에게 아팠던 것이 좋은 점도 있다는 듯이 우스갯소리를 한다. ‘아픔만큼 성숙한다’라는 글귀가 귓가에 맴돈다. 물론 이 글귀의 아픔은 육체의 아픔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몸과 마음은 원래 하나가 아니던가? 우리 아이도 나도 아픈 만큼 성숙하기를….
리틀수암(leesam82@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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