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13일 정상회담은 북한이 핵실험을 발표한 이후 한반도 주변 4강 정상들간 북핵외교 1라운드의 `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대북제재보다는 `제재ㆍ대화 병행론'을 펼치고 있는 두 나라 정상이 도출할 `조율된' 결과의 성격과 강도가 결의안 내용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10.9 북한 핵실험 발표' 직후의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간 전화통화에 이은 것으로, 당시 노 대통령과 미.일 정상은 유엔과 관계 당사국간 긴밀히 협의해 조율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 바 있다.
`일본→미국→중국' 정상과의 연쇄접촉이 이뤄짐으로써 핵실험 사태 발생 만 나흘만에 핵심 국가들과의 긴급 조율이라는 발 빠른 대응을 한 셈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북한이 이른바 `레드라인'(red line)을 넘어서자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해 온 미국과 일본의 정상과는 핵실험 발표 당일 서둘러 의견조율 절차를 거침으로써 일단은 긴장의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가장 강력한 대북 지렛대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4강 정상외교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한ㆍ중 정상회담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12일 "핵 상황이 생겼을 때 안보 또는 정세와 관련한 직접적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두 나라 정상이 핵실험 이후에 처음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애초 30분간 예정됐던 단독정상회담 시간을 45분으로 연장해 핵실험 후속 대책을 집중논의키로 한 점도 양국 정상이 이번 핵실험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현재 논의가 진행중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의 내용과 수준에 대해 집중 협의할 예정이다.
이 당국자는 "안보리 결의안 초안이 주말이나 내주에 회람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그 내용이나 수준에 대해서도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물론 대화와 제재를 병행해야 한다는 한국과 중국의 공통된 입장을 감안하면 그 논의의 방향은 제재와 압박 일변도로 흐르고 있는 국제사회의 북한 핵실험 대처방안에 대해 일정부분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하는 쪽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대북제재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가 적어도 무력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선박봉쇄 등의 조치나, 그 가능성은 낮지만 무력사용을 결의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도 북한과의 실질적인 당사자인 한국과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노 대통령 역시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재는 물론 평화적인 방법을 통한 대북 해법 찾기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물론 여기서 제재란 무력사용 등을 배제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이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핵 폐기를 목표로 하는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하는 수단을 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당국자는 이를 "효과 지향적인 제재방식"이라고 표현하면서 "다만 감정적이고 순간적 반응에 의해 이뤄지는 것보다는 한국과 중국이 원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제재방식이 뭐냐 라는 것들을 논의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노 대통령과 후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효과적인 제재안'에 대한 논의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행보는 "국제사회의 평화의 파트너들과 협의하되, 특히 한국과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부시 대통령의 인식을 돌이켜 볼 때 결의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대화ㆍ제재 병행론'을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을 북한 지도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계기로서도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노 대통령은 강력한 대북 지렛대를 갖고 있는 중국을 통해 한국 정부의 변화된 입장과 경고성 메시지를, 후 주석은 중국 정부가 이미 표명한 대로 이번 사태에 대한 강력한 비난의 뜻을 재천명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 뒤 내주께 방한할 것으로 보이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도 만나는 한편 오는 11월의 APEC 정상회담과 12월 아세안+3에서의 외교활동을 통해 `조율된 조치'를 위한 2라운드 정상외교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