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50줄에 들어 선 남편이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50에 들어서니 이직 시장 현실은 녹록치 않다. 거대한 날개를 가졌지만 몸집이 크다 보니 날 수 없는 알바트로스가 떠오른다. 50 전엔 자신의 날개로 잘 나는 새 같아 보였는데 어느새 나이가 들어? 덩치가 너무 커서? 날 수 없는 새가 된 느낌을 받는다. 남편의 모습은 거대한 폭풍우 앞에서 자신의 날개로는 날 수가 없어 폭풍우의 바람을 타고 날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긴장되고 무섭고 떨리고….
헤드헌터틀 통해 헤드헌터 면접을 포함 2개월 넘는 시간을 거쳐 한 회사의 면접이 진행됐다. 최종면접을 마치고 배경조사가 시작되었다. 남편이 그 동안 다녔던 전 회사 세 곳의 직속상관, HR책임자를 포함 10여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전화가 갔고 장점, 단점, 그 사람이 이루어냈던 성과,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한 사람당 40분 넘게 촘촘한 질문들이 이루어졌다 한다. 우스갯소리로 죄짓고는 취직도 안되겠구나 싶다.
회사와 함께 성장하며 win-win 하던 곳도 있었고, 중국 경제와 맞물려 어쩔 수 없이 회사가 문을 닫게 되어 그만두게 된 곳도 있었다. 서로 win-win 하며 성장하던 회사에서의 평가는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었지만 문을 닫게 된 회사에서의 평가는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투자자가 따로 있었지만 회사를 경영하며 접게 될 때 직원들을 하나하나 만나 설명하고 내보내고 지불 대금이 남은 공장마다 만나 회사 상황을 설명하고 합의하에 조정된 금액을 최대한 지불하려 노력한 끝에 문을 닫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이후 취직한 새로운 회사에서 최선을 다했고 성과도 있었지만 회사에서 원하는 성과에 도달하자 인센티브 때문인지 계약 만료 전 그만둔 좋지 않은 기억도 있어서 그 회사의 평가는 어떠했을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그들이 기억하는 남편의 뒷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복잡한 생각이 스치는 며칠을 보냈다.
중국에서 살 집을 계약할 때가 아닌 이사를 계획하고 떠날 때 방동의 본 모습을 보게 된다. 굳이 중국 방동만 그러진 않겠지만 중국 생활 초창기엔 다신 안 볼 사람처럼 소위 야진이라 불리는 보증금을 돌려 주지 않으려는 주인에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우리가 다시 안볼 것 같냐?”
항변하지만 허공에 흩어지는 소리에 불과하다. 결과에 상관없이 함께 수고한 자신의 인생에서 만나 귀한 인연들이기에 남편은 회사를 그만둘 때 시작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이 고민하고 잘 헤어지려 애를 썼다. 그래서인지 배경조사도 무사히 통과하고 이직을 앞두고 있다.
완전할 순 없지만 남편의 최선을 다한 뒷모습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게 된다. 가깝게 마음을 나누던 지인들이 상해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할 때 마지막까지 보여 주었던 아름다운 뒷모습을 기억한다. 수 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된 이도 있다. 뒷모습이 아름다웠던 이를 환하게 마주 본다. 보이는 앞모습을 포장할 순 있지만 보이지 않는 내면과 뒷모습은 함께 하면서 상대방이 보는 나의 뒷모습이다. 헤어질 때 그 모습은 더욱 선명해진다.
인생의 뜻하지 않는 장소에서 뜻하지 않는 시간에 다시 만날 소중한 현재의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이도록 앞을 똑바로 걸어본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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