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 '중국 지하전영(독립영화)'의 대표적인 감독 자장커(36)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달 9일 폐막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스틸 라이프(Still Life)'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감독.
자장커 감독은 12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영진위 부설 교육기관 영화아카데미에서 감독론을 주제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 중이다. 이번 마스터클래스에서는 '스틸 라이프'의 연출 과정 등이 소개됐다.
자장커 감독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세계(The World)'가 이달 20일 국내 개봉됨에 따라 13일 오후 개봉관인 서울 종로구 낙원동 필름포럼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영화사 이모션픽처스가 수입ㆍ배급하는 '세계'는 2004년 베니스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됐던 영화로 테마공원인 '세계 공원'을 무대로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 방황 등을 그렸다. '세계'는 세계화 지향 정책과 냉전의 흔적이라는 모순을 갖고 있는 중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장커 감독은 "늦은 시간에 기자간담회에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말을 전한 뒤 "'세계'가 한국에서 개봉돼 기쁘다"고 말했다.
다음은 자장커 감독과의 일문일답.
--베니스 영화제 수상 이후 개인의 삶이나 작품 활동에 변화가 있었나.
▲수상이 작품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10년 동안 영화를 찍어 왔고 이번에 상을 받은 '스틸 라이프'는 5번째 장편 영화다. 내가 찍고자 하는 영화를 내 스타일대로 찍었을 뿐이다. 상에 영향을 받는 스타일이 아니다. 다음 영화는 문화혁명을 배경으로 건달들의 이야기를 찍을 예정이다. 이번 수상이 같이 영화작업을 하는 친구들에게 격려가 될 수는 있겠지만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스틸 라이프'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는데 중국 정부의 시선이 달라진 면은 없나.
▲중국 정부는 예전에는 영화를 선전의 도구로 인식했다. 그러나 2년 전부터는 영화를 산업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국 영화산업의 영향이 컸다. 한국에서 영화가 산업적으로 성공하니까 중국 정부가 영화를 산업형태로 인식하게 된 것 같다. 또한 예전에는 젊은 사람들에게 영화를 찍을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회가 늘고 있는 추세다.
--영화 '세계'가 2005년 중국에서 개봉된 것으로 안다. 변화는 없었는지.
▲영화가 상영되면서 관객의 반응을 보게 됐다. 이를 보면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중국인의 감정과 생활을 보여주고 싶다.
영화 '세계'는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에 살면서 느끼는 감정 등을 담은 영화다. 영화 속 젊은이들의 삶은 중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예전에 학교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삶 자체가 다르다고 배웠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인간의 삶이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서로 다른 국가에 살아도 모두 일ㆍ연애ㆍ가정 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비슷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삶에도 관심이 많다.
--합작에 대해 관심은 없나. 혹시 관심 있게 본 한국 배우가 있으면 말해 달라.
▲안성기 씨를 눈여겨봤다. 서울에서 한 번 만난 적도 있다. 처음 봐도 낯선 느낌을 들지 않는 배우다. 붓글씨를 쓰는 점잖은 중국인처럼 보였다. 그는 동남아시아의 보편적인 모습을 갖고 있는 배우다.
--'세계'는 장자커 감독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이용 등 스타일상의 변화가 느껴진다.
▲젊은이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보니 휴대폰 등 디지털 매체를 많이 사용하더라. 중국뿐 아니라 세계 전체가 그런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되는 메시지 전송 부문은 이들의 인터넷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인터넷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세계'를 촬영하는 데 어려움을 없었나.
▲처음에는 정부에서 시나리오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런데 돈으로 문제를 해결했다(웃음). 공원에서 촬영하면서는 어려움은 없었다. 여자 주인공은 실제 그 공원에서 1년 동안 무용수로 일한 경험이 있다. 무용전문학교 출신이라 졸업 후 그곳에서 일했다. 촬영 당시 여자 주인공의 친구들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촬영했다.
--지하전영 영화들의 제작방식이나 표현방식에 변화는 없는지.
▲정부에서 영화를 상업적으로 인식하게 됐다. 예전에는 대사까지 모두 심의를 받았는데 최근에는 시놉시스 정도로 촬영 허가가 난다. 그러나 지하전영 영화를 찍는 데 이런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부는 여전히 에로물이나 천안문 사태 등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검열이 심하다. 개방된 부분들은 개방된 부분대로 존재하고, 지하전영 영화는 지하전영 영화대로 존재한다.
--'세계'는 외국에서 투자받은 영화다. 대부분의 지하전영 영화가 해외에서 투자를 받아 제작되나.
▲대부분의 지하전영 영화들은 국내에서 투자를 받는다. 몇 명 이름 있는 감독들을 제외하고는 외국에서 돈을 끌어오는 것이 쉽지 않다. 중국의 부동산이나 IT 쪽에서 돈을 댄다. 사업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것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