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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군대 간 아들

[2018-09-11, 16:12:12] 상하이저널

아들이 드디어 군대에 갔다. 20년전 아들 14개월때 우리가족은 중국으로 왔다. 2018년쯤이 되면 우리나라가 이미 통일이 됐거나 상황이 좋아져서 모병제가 되거나 최소한 군복무 기간이 단축될 거라 예상하면서 군대 문제에 대해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민정부시절 시작된 군복무기간 단축 계획은 10여년간 중단됐다. 거의 매달 군 비리 문제, 관심병사 이야기, 왕따사건, 총격사건, 하극상, 자살사건 등이 뉴스를 장식하면서 걱정은 커져만 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들이 공부를 그렇게 썩 잘하는 편은 아니어서 외국으로 대학을 보내야 하는 고민은 없었다. 국내 대학에 진학해서 한 2년간 적응하면 군대 생활하는데 별 지장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친정 아버지가 직업 군인이셨고 군관사에서 어렸을 때 주로 살았기 때문에 자식이 군대 가는 것에 대해서 보통의 다른 엄마들보다 그렇게 가슴 아프거나 짠하거나 하는 감정은 그다지 없었다. 오히려 세상 편하게만 살았던 애가 드디어 진짜 고생이 뭔지 몸소 체험 할걸 생각하니 재미있기도 하고 잘 극복하고 나오면 험한 세상 사는데 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들어가기 전날 아들의 심정이 너무 궁금해서 물어봤다. 한국대학 다니면서 한국어로 수업하고 시험 보는 게 힘들었는지 합법적으로 2년간 시험 안봐서 좋고, 마치 놀이동산 가기 전날처럼 긴장되면서 무섭기도 하고 재미있을 것 같은 기대도 된단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에 나는 마음이 더 놓였다.


군대는 내가 신경 안쓰는 20년동안 많이 변해 있었다. 남편이 매일 아침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볼 수 있고, 월급은 30만원이 넘었다. 군인모자도 멋있는 베레모로 다 바뀌어서 웬만하면 다 멋지게 보였다. 군대 짬밥이 맛이 없으면 군대 안에 들어와 있는 일반 식당에 가서 돈 주고 사먹으면 되고, 아이스커피 팥빙수도 먹고 싶으면 누나들이 아르바이트하는 군대 안 카페에 가서 사 마시면 됐다. 심지어 점심 먹고 나서 낮잠 시간도 정해져 있단다. 대체 민간인 생활과 다른 게 뭐야?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솔직히 마음대로 나갈 수 있는 자유가 없는 것, 눈이 많이 오면 새벽에 일어나 눈을 치워야 하는 것, 뙤약볕에 분리수거 하는 것, 바로 위 완벽주의자 욕쟁이 고참 빼고는 그렇게 힘들진 않다고 했다. 평생 들을 쌍욕을 그 고참한테 다 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일은 잘 가르쳐 줬다고 한다.


아들이 컴퓨터 게임을 좋아해서 거의 중독자 수준인데 그건 어떻게 극복하는지 물어봤더니 대신 바둑 체스를 둔다고 해서 잘됐다 싶었는데, 10개월이 넘어가면서 저녁 6시 이후엔 컴퓨터 게임도 가능하다고 한다. 심지어 남편이 저녁에 안부전화를 하면 단체 게임이라 지면 안된다고 끝나고 다시 통화하자고 해서 어이가 없었던 적도 있었다.


혹시나 전쟁게임 사격시뮬레이션 게임을 많이 해서 사격에 도움이 많이 되는지 물어봤더니 게임과 실전은 많이 다르더라고 적중률이 50% 밖에 안돼 한번도 사격포상휴가는 받지 못했다고 한다. 내 친구 아들들은 한 번쯤은 다 받던 포상휴가를…. 


외박할 때는 가족들이 같이 밥먹고 찜질방 가고 얘기 하고 즐겁게 지내고 나서 복귀 할 때마다 너무 들어가기 싫어하고 아직도 몇 백일이 남았음에 절망하며 한숨을 푹푹 쉰다. 그럴 때는 짠하기도 하면서 세월 금방 간다고 위로해 준다.


“입대할 때 시험 안봐서 좋다는 그것만 생각하면 견딜만 하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공부가 훨씬 더 쉬운 거 같아요.”

우리 아들 입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되다니 우리나라 병역의 의무는 참 위대한 것 같다.


이젠 어느덧 군생활 한 날보다 남은 날이 더 적다. 계급도 올라가 조만간 상병을 단다고 좋아한다. 욕쟁이 고참이 갈 데가 없다고 군대에 말뚝을 박았단다. 미운 정이 들어서 다른 데로 갈 때 서로 껴안고 인사하면서 귓속말로 그랬단다.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고’. 그리고 둘이 한참을 웃었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면서 중단된 군복무 단축 계획이 다시 시작돼 20 여일 정도 혜택을 보게 됐다고 남편과 아들이 아주 좋아한다. 나도 좋다. 군생활이 진정한 보이스카웃 활동 같아서 재미있다고 긍정적으로 말하는 아들을 보면서 나머지 날들도 잘 하리라 믿는다.


‘공부가 더 쉬웠어요’라고 했던 말을 전역한 후에 계속 기억해야 할텐데….

 

튤립(lks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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