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 미국은 16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동북아 순방을 앞두고 한국과 중국에 대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의 이행을 강하게 압박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라이스 장관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포함한 대북 경협의 "많은 부분"이 북한의 확산 활동과 관계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표시하고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재평가 결과를 보겠다고 말함으로써 사실상 이들 사업의 중단을 촉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중국에 대해선 니컬러스 번스 국무차관이 나서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화물검색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난 9일의 왕광야 유엔주재 중국대사의 말과 관련, "중국이 입장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며" 그렇지 않으면 왕 대사의 "실언"이었을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할 정도로 강하게 나갔다.
라이스 장관이 동북아 순방을 앞두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북경협에 대해 밝힌 입장은 지금까지 미국의 고위층이 한 공개발언중 가장 부정적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라이스 장관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계속한다는 한국 정부의 방침'에 대한 논평 주문에 외교적 수사없이 곧바로 "한국이 북한과의 활동 전반에 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적시하지는 않았으나 "많은 부분(a lot of it)이 북한이 하는 일과 관계있지 않나 생각한다(suspect)"고 말했다.
'북한이 하는 일'도 적시하지 않았으나 핵개발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확산임을 충분히 짐작케 하는 것이다.
그동안 이들 사업을 통해 북한에 유입되는 현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돕는 결과가 된다는 부시 행정부 불만의 표출이자 이번 기회에 북한을 철저히 고립시키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
라이스 장관이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재평가 결과를 보겠다고 말한 것은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시 남북관계를 재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점을 환기시키며 약속을 지키라는 주문인 셈이다.
번스 차관은 MSNBC와 인터뷰에서 금강산 관광 사업에 관한 질문에 "이 제재들이 모든 경제 활동을 금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으나, 미국측이 양해하는 범위가 "굶주리는 수백만 주민들를 위한 식량원조와 다른 경제 원조 일부"임을 시사했다.
라이스 장관은 다만, 화물검색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충돌로 인한 긴장고조 가능성에 한국과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우려"라면서 양국 정부와 국민의 입장을 감안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이번 결의가 "유엔 헌장 7장에 따른 결의"라며 유엔 회원국으로서 이행 의무를 강조했다.
중국 입장과 관련, 번스 차관은 왕 대사가 안보리 결의 채택 직후 중국은 화물검색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 때문에 제재의 실효성이 없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역시 외교적 수사없이 "이상한 성명" "안보리 결의에 찬성 투표해놓고 결의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는 등으로 정면 타박했다.
그는 CBS와 인터뷰에선 라이스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직접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지도부와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거나 "중국이 육상 국경에서 결의를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징후를 오늘 아침 봤다"는 등의 말로 왕 대사의 말을 일축했다.
실제로 왕 대사는 이날 중국이 화물검색은 하겠지만 선박 정선과 승선을 통한 검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의 당초 말을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