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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뜨는 중국어, 조기유학상담 괴로워

[2006-10-24, 06:00:04] 상하이저널
10년만에 대학교때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너무도 다정한 목소리로 마치 어제 헤어진 친구처럼 나의 안부를 묻고,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아이들의 안부를 자세하게 묻고는 상하이에 갈 일이 있으니 그때 꼭 나와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살짝 당황스러웠다.

사실 한국에서 중국이, 중국어에 대한 광풍이 불기 시작한 이래로 생전 듣도 보지도 못하던 사람들이 연락을 해오기 시작했다. 그 대부분은 아이를 조기 유학 시키고 싶다는 것이었고 상하이에 살고 있는 내가 응당히 여러 학교를 알아보고 나서 자세한 설명을 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촌수를 따지자면 나랑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태반이고 나를 알고 있는 친척이나 친구에게 전화번호를 받은 사람들과 학교 졸업 이후 한번도 보지 못하고 심지어는 연락 한번 하지 않았던 친구들이 말이다. 게다가 낮에는 내가 집에 없을까봐 꼭 밤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해서는 이런저런 친분을 과시하며 자기 아이의 미래가 달려있는 문제이니만큼 당연히 내가 알아봐줘야 마땅하다는 투로 이야길 할 때면 난감하기도 하고 공연히 화가 나기도 했다.

그래도 처음엔 조기 유학은 정말 힘이 들고 본인의 의지가 굳건하지 못하면 오히려 안 오니만 못하다고, 나중에 크면 어학연수를 보내는 것이 더 낫다고 구구절절이 성의껏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보호자가 왜 없냐며 우리(즉, 나)가 있지 않느냐, 정 그렇게 힘들면 우리 집에서 학교를 다니게 하면 안되느냐고, 우리 집이 자기 아이 맡아줄 집으로 당첨이라도 된 듯한 말에 말문을 닫고 말은 적도 여러 번.

그저 소개로 아는 처지이지만 그래도 다 같이 자식 키우는 처지에 객지에서 한국사람이 그것도 못 해 준다는 사람까지 만나게 되면 일단 오랜만에 연락이 오는 사람은 조기유학 부탁인가 싶어 지레 퉁명스레 대답하게 된다.

이번에 전화 한 친구도 아니나 다를까 내가 사는 모습을 너무 보고 싶고 아이들 어떻게 자라고 있는 지 너무 궁금해서 상하이에 있는 동안 우리 집에서 묵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 기분이 아찔해 졌다. 그것도 혼자 오는 것도 아니고 온 가족이 말이다. 까짓거 집에 있는 방 내어주는 거고, 밥도 일하는 아이가 하겠다 마음 넓게 생각하면 또 그렇게 못해 줄 것도 없지만 그게 또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상하이 도착하는 날 공항까지 자기들 데리러 나와라, 상하이 시내 안내도 해달라 하기가 십상일 것 같기 때문이다. 중국어도 못하고 기왕 온 김에 두루두루 돌아보고 싶다며 이것저것 요구한다면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해서 안된다고 저녁이나 먹자고 딱 잘라 말했지만 마음은 많이 불편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나 혼자 지레 억측 한다고 혹자는 말할 수 있으나 변명처럼 말하자면 이건 상하이에 살면서 본능적으로 익힌 보호색이라고나 할까.

그나저나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를 기쁘게 만나지 못하고 마음 한구석 불편하게 만나야 할 때를 생각하면 지금부터 걱정스러워진다. 가끔 한국에서 친구들과 만날 때에도 늘 바쁘다고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던 친구였는데, 이래저래 중국이 너무 뜨는 것도 상하이에 살고 있는 사람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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