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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진 컬럼> 중국에 계속 투자해야 하나?

[2006-10-24, 06:04:02] 상하이저널
나는 디지털 카메라에 쓰이는 승화용 필름을 생산하는 기계와 연포장 기계를 생산하고 있다. 4 년 전에 중국 여기에 투자하여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서울에는 연락사무소만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며 겪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중국에 투자한 거의 모든 한국 업체들이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어려움은 크게 4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판매 애로, 둘째는 인력 부족, 셋째는 까다로운 송금절차, 넷째는 비자 문제이다.

판매 어려움
중국에는 크고 작은 인쇄기 제작업체들이 수도 없이 많다. 저가의 중국산 인쇄기들이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대량 수출되고 있어서 한국 제품을 팔기가 쉽지 않다. 기계는 모두 한국 기술자에 의해 한국의 설비로 만들어지며 한국보다도 낮은 불량률로 생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어들은 나의 기계가 중국에서 만들어진 기계이기 때문에 품질도 떨어질 것이고 가격도 훨씬 싸야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제값 받고 팔기가 힘들다.

또 중국어가 미숙하다 보니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내 기계의 성능과 우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또 판매지역이 방대하고 거리가 멀다보니 이에 소요되는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의 거래처들은 돈을 받아가는 데는 놀라울 정도로 철저해서 혀를 차게 만든다. 그러나 자기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질질 끌며 잘 지불하지 않는다.

까다로운 송금절차
중국 공장에서 필요한 생산 자금을 한국에서 계속 송금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송금을 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3-4 일은 걸린다. 중국 내 시급한 자금 수요가 발생할 경우에는 돈을 빨리 보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한국의 은행들이 신속하게 처리해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또 중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한국으로 송금하는 문제도 어렵다. 중국 내 한국계 은행을 통해 송금하는 것도 한화 50 만원 이내의 소액만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은 송금 절차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까다롭다. 중국에서 벌기도 힘들고 가져 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없어진 복수비자
이전에는 중국 정부가 1년짜리 복수 비자를 발급해 주어 중국에 Z 비자를 받아 장기 거주하지 않더라도 기술자나 관리자들이 그 때 그 때 중국을 수시로 드나들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1년짜리 복수비자를 발급하지 않고 6 개월짜리 단수비자만 발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술자나 경영자, 관리자들이 긴급하게 중국에 가야할 때마다 매번 비자를 새로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외교력을 동원하여 이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몇 년 전 일본은 정부차원에서 해외에 진출한 특히, 중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들을 일본으로 다시 불러들여 침체되어 있던 일본의 제조업을 다시 육성하고 있다. 우리도 늦었지만 한국에서 제조업을 다시 부활시키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힘들고 골치 아프면 다시 공장을 뜯어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겠는가?
인하대를 졸업하고 대만국립사범대학대학원을 수료했다. 동양엘리베이터 상하이지사장과 엘칸토 중국법인장을 거쳐 현재 한국구두제품 중에 중국에서 가장 고급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 YEBNN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하고 있는 燁彬(上海)國際貿易有限公司의 동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13억의 중국 20억의 기회>, <미국인도 유학가는 중국 MBA>가 있다.
elchjlee@hanmail.net    [이학진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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