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이돈관 특파원 =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에는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과다한 외환보유의 위험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2주전,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9월말 현재의 외환보유고가 9천879억달러에 이르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46%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9개월 동안 월평균 외환보유고 증가액은 187억7천만달러였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1996년 1천억달러를 돌파한 후 5년 동안 비교적 안정된 증가세를 보이다 2001년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2003년 한 해 동안은 1천억달러, 2004년에는 무려 2천67억달러가 늘었고, 올해는 2천억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지난 2월 일본을 추월, 세계 1위에 올라선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1조달러를 넘어서리라는 것은 인민은행이 공식발표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같은 외환보유고의 엄청난 증대가 일정 부분 중국의 경제력을 반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영향력 면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경제학자이자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인 판강(樊綱) 국민경제연구소 소장은 단도직입적으로 중국의 과다한 외환보유고가 경제의 쾌속 발전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판 소장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일련의 거시통제조치 덕분에 과열의 고삐가 잡히면서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산더미처럼 쌓이는 외환보유고와 과다한 무역흑자는 건실한 경제성장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해외에서 유입되는 대량의 자금이 좁은 환율 변동폭 때문에 큰 이문을 챙길 수 있는 여지가 적은 위안화 대상 투기보다는 부동산 등 그때그때 붐을 이루는 분야에 눈독을 들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사범대학 금융연구센터 중웨이(鍾偉) 교수는 지나치게 많은 외환을 보유함으로써 초래될 수 있는 도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외환보유고를 8천억달러 선에 고정시키고 나머지는 다른 유용한 목적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8천억달러 이외의 여유 외환을 중국 경제의 지속발전에 결정적인 의의를 갖는 에너지 자원, 흑색 및 유색 금속 등 전략물자 구매, 국유기업 기술 개조 및 금융기관 개혁, 국제 수준의 해외 화인 과학기술인재 유치 등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 교수는 현재와 같은 추세를 놓고 간단하게 추단해 보면 2008년 말의 중국 외환보유고는 1조5천만달러, 2010년에는 2조달러선을 돌파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가외환관리국도 외환보유고 증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국제수지의 균형 유지를 경제.사회발전의 주요 임무로 삼고, 외환보유고 증가세를 낮추기 위한 방안과 효율적인 보유 외환 활용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