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진병태 특파원 = 중국의 한 국영기업 사장이 직원들에게 물었다. "개미는 자기체중의 5배를 옮길 수 있다. 이들과 능히 겨룰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한 직원이 자신있게 대답했다. "거티후(個體戶. 개인상공업자)"
한때 중국경제를 이끌었던 거티후들이 몰락하고 있다.
중국의 거티후는 1978년 개혁개방과 함께 나타나기 시작해 고통을 인내하는 품성과 소규모 자본, 저위험, 상황에 대처하는 기민한 경영 등 여러 가지 장점들로 중국 경제의 한 축을 이루면서 수많은 퇴직 근로자, 청년층, 농촌의 잉여노동력을 끌어들였다. 이런 중국의 거티후들이 최근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회사', "그룹' 들에 밀려나면서 그 수가 줄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홀대받고 있다.
중국 공상국 통계에 따르면 거티후들이 절정을 이뤘던 1999년 거티후는 3천160만명에 이르렀으나 지난 6월말 현재는 2천505만명으로 7년반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650만명 이상이 줄었다. 매년 87만명이 줄어든 셈이다.
거티후 감소 원인은 여러가지를 들 수 있지만 무엇보다 2000년에 정부 당국이 영업자격증을 갱신하면서 거티후로 등록만 해놓고 실질적으로 영업을 하지 않던 이른바 '쓰후(死戶)'들이 대거 정리된 원인이 컸다.
거티후를 관리하는 정부 행정기관들이 늘어나면서 영업환경이 악화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문화, 식품, 도시관리를 비롯해 임업, 환경, 토지 관리 등 각 20여개 부문이 거티후를 감시하게 됐고 일부는 법 집행과정에서 중복, 교차 집행이 이뤄졌다. 거티후의 생존환경이 갈수록 악화됐다는 의미다.
1980년대 선부론(先富論)이 유행할 당시 거티후는 모두가 선망하는 대상이었으나 시장경제가 발전하고 대외개방이 가속화되면서 거티후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창업환경도 악화됐다.
후베이(湖北)성에서 충칭(重慶)으로 건너와 집에서 포장지 도매상을 하고 있는 천(陳)모씨는 30일 '중국 경제주간'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년간 정부 부문 곳곳에서 내려오는 벌과금부과가 너무 많아져 시장에서는 도저히 영업을 할 수가 없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진퇴유곡의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면서 "애들은 학교에 다니고 주택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가져온 대출은 상환을 해야 하지만 상가임대료가 너무 올라 시장 입점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집에서 하는 사업도 공상국이나 세무서에서 언제 조사를 나올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인민대학의 경제학과 교수인 리이핑(李義平) 교수는 "거티후는 시장경제의 약자이며 이중 다수는 농토를 잃고 도시로 흘러들어온 사람들"이라면서 "정부가 이들을 보호하고 공정하게 경쟁을 할 수 있는 양호한 시장환경을 조성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현재 일부 지방에서는 정부부문이 이들로부터 돈을 거두기 위해 사람들을 고용하고 나중에는 이들에게 급여를 주기 위해 돈을 거두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정부 부문의 비대화가 은연중 거티후의 건강한 발전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