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최근 중국 공상은행의 기업공개(IPO)에 사상 최대의 청약자금(5000억 달러)이 몰릴 정도로 중국 은행권의 IPO 열풍이 고조되고 있다. 이같은 열풍이 1990년대 말 월가에 나타났던 증시 버블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가 31일 주장했다.
중국인들의 소득이 점차 늘어나면서 지출 및 대출이 늘고 있고 자동차에서 뮤추얼펀드, 화장품, 식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는 만큼 공상은행 주식을 배정받은 투자자들은 대박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표면 아래를 들여다 보면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1990년대 닷컴 주식에 '묻지마 투자'를 했던 투자자들처럼 이들도 무차별적으로 중국 은행주에 베팅하고 있다고 페섹은 지적했다.
홍콩의 주주 행동주의자이자 홍콩 거래소 이사인 데이비드 웹은 "최근의 공상은행 IPO에 대규모 자금이 몰린 것은 단지 글로벌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며 "1993년과 1997년 홍콩이 그랬던 것 처럼 중국이 다시 거품을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중국 정부가 은행 구제를 위한 많은 수단을 보유하고 있어 닷컴 버블 당시 반짝 하고 사라졌던 기업들 처럼 없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은행주에 대한 열기에서 1990년대 말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생소한 기업에 매수 주문을 내놓던 때가 연상되된다고 페섹은 강조했다.
페섹이 투자자들에게 중국 은행주 매수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주문한 이유는 중국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채권 때문.
중국은행권의 부실 규모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또 기관별로 천차만별이서 정확한 부실규모는 아무도 모른다. 공상은행의 경우, 신규 여신 중 부실 채권의 비중은 6월말 현재 1.86%로 중국 은행 평균인 9.3%에 비해 훨씬 낮다.
하지만 블룸버그 계산에 따르면 앞으로 그 비중은 2.83%로 높아질 수 있으며 이는 2003년에 비해 두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웹은 "중국 은행 시스템 개혁이 완성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부실채권이 쌓일 수 있고 은행들이 자본을 다 소진할 때까지 이같은 문제는 아주 서서히 인식될 것"이라며 "이때가 돼서야 IPO 이후의 첫 중국은행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때까지는 약 5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